당신의 한마디

퇴근 전 한 사람의 주말을 가볍게 망친

by 떠돌이

선거유세자들의 길막으로 차가 유난히 밀리던 이번 주, 지각한 날이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 퇴근시간,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내 뒤통수에 던지는 당신의 한마디.


월요일은 빨리 와라.


글로 써보니 이토록 단순한 문장 속에 당신이 정성껏 담은 경멸과 미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비아냥과 갖은 부정적 감정을 있는 대로 담아 툭, 던지는. 후덥지근한 사무실의 짜증까지 다 담아낸듯한 말.


아무것도 아닌 타인의 말이라고 나를 달래면서도 악의 가득한 또렷한 문장은 화살촉이 되어 내 안의 나를 건드리고, 심장 결을 무참하게 파고들고 파고든다.

받은 멸시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그 감정 속으로 잠기고 만다.


멸시당함, 그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고 거기 흔들리는 것은 내 손해.

그러나 옳고 그름이란 것이 없는 감정은 나를 벼랑으로 몰고 간다.

감히 타인이 나를 상처 준다.

노출의 빈도가 잦다고 해서 상처의 쓰라림이 덜하지 않고 깊어지는 것은,

이미 당신에게 너무 많은 칼날을 받았기 때문임을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듯 온갖 유치한 생각들이 올라온다.


본인 지각하는 건 생각도 안 하나,

상습적 지각을 하는 까칠한 직원한텐 한마디도 안 하면서.

꼭 퇴근하기 전이라도 자기가 급하면 전화해서 상사의 화남을 알리거나 주말 전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

타인의 기분을 망칠 최적의 타이밍에, 타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래 저 사람 원래 저랬지.

사무실에서 통제불능의 아무개에게 시장바닥에서나 들을법한 욕을 듣는 날보고 빙긋 웃던,

왜 소란을 말리지 않냐던 내게 본인 눈앞의 일을 못 봤다던,

모르는 업무를 맡으면 무지를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분노를 가장하여 내게 떠넘기는

허풍으로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자존감이라곤 없고 자존심은 높은

그런 최악의 상사인데. 그런 사람인데. 뭘 새삼스럽게.



온갖 부당함과 억울한 사실들이 자꾸만 자꾸만 고개를 든다. 술로도 약으로도 잊히지 않을 마음의 찜찜함.


에라이 못 배워 처먹은 새끼

욕이나 하고 잊어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소심이라 그것도 안 되는 금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