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니스시나 Mar 28. 2024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기고 있니?


챙겨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뒷북이다 싶지만 넷플릭스의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다. 공개된 직후 회사 동료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었는데 뭣이 바빠 내내 1화를 켰다 껐다만 반복하다가 이제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든 영화든 언제든 OTT 플레이가 가능한 세상이 되다 보니 오히려 때를 놓치게 된다. 풍요로움은 게으름을 동반하는군. 이는 '나의 경우에만'이라고 한정한다.

모든 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정신 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되살피게 한다. 감상 후 생각과 느낄 거리를 던져주는 콘텐츠는 좋다.

드라마 회차 중 일과 육아 사이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워킹맘들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인 워킹맘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등으로 일시적 치매 증상을 겪는다. 의사는 자서전을 쓰게 한다. 워킹맘은 수많은 부정적 단어들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최근 내가 가졌던 고민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이니 극단적으로 표현된 부분도 있겠지만 현시대가 잠시 정신을 놓으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휩쓸려 가기 십상이긴 하다. 혹여 엉뚱한 길로 들어서더라도 뒤돌아 나올 수 있도록 자신에게 자주 질문을 던져주며 스스로를 보살펴야 한다. 부모라면 더더욱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늘 부족하다 싶지만 어쨌든 부모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으니 말이다.

최근 수개월, 나의 자서전은 부정적 언어보다는 확신 없는 질문 투성이었다. 할 일은 산적되어 있는데 그 일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만 뱅뱅 돌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바쁘면서 동시에 어떤 날은 무능하게, 어떤 날은 게으르게 느껴졌다.

주당 20시간 정규직은 징징댈 수 없는, 워라밸이 좋은 근무 조건이다. 좋은 동료들이 있고, 곧 급여일인데 그만둘 수 없다고 다독이며 퇴근 후 작업과 육아를 병행한다. 두 아이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작업실에 달려간다. 아, 하루 다 갔네. 할 일이 산더미인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나의 일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다. 잘하고 있는 건가. 오늘을 즐기고 있나. 

 이러다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모른 채 살 수도 있겠구나. 

계속 질문한다.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무엇을 하고 싶나. 미래에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무엇이 두려운가. 두려움에 실체가 있나. 현실적으로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 행복한가. 다시 한번, 오늘을 즐기고 있는가.

두어 달 동안 도돌이표가 그려진 자서전을 쓴다. 삐삐삐. 경고음을 느꼈다. 무언가를 바꾸어야 할 때이다. 

우선순위를 정하자. 선택과 집중. 포기할 용기. 답은 여기에 있다.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긴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