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체성

지효 그리고 지효

by 지효네


내 딸 지효는

감자탕, 순댓국을 좋아한다.

빨간색을 좋아한다.

박보검 오빠를 좋아한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을 힘들어한다.

보이지 않는 비행기와 헬리콥터의 존재를 소리로 먼저 안다.

정해진 시간에 계획이 변경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낯선 사람과 장소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나를 엄마가 아닌 ‘지효엄마~’라고 부른다.

하기 싫거나 하기 힘든 과제가 주어지면 회피하거나 상대방을 꼬집는 공격성을 보인다.

댄스음악에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구름빵 애니메이션을 매일 본다.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하루에 3번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한다.

뇌전증을 앓고 있다.

할 일을 미리 이야기해 주면 그 일이 진행되기 전까지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신발과 책이 제 자리에 정돈되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방문을 꼭 닫고 자야 한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 가는 것을 즐긴다.

16개월 40분간의 열성경련으로 뇌손상을 입어 전반적 발달장애, 자폐성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는 가능하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명확하다.

가방을 좋아한다.

새 신발과 새 옷을 사러 가길 즐겨한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데 무척 힘들어서 짜증을 낸다.

아마도 위에 나열한 많은 문장이 소위 말하는 자폐스펙트럼의 범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만큼은, 적어도 엄마인 나만큼은

지효의 정체성을 자폐성 장애로 가두면 안 되겠기에 매일 다짐한다.

내 딸은,

이 세상이 여전히 낯설고 무서운

웃는 것이 예쁜, 감자탕을 좋아하는 그리고 애교가 많은

지구별이 궁금하고 신기한 여자 사람이다.


이렇게 힘든 건 줄 알았다면 덥석 네 손을 잡지 못했을 것 같다만,

한 번도 너의 엄마인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단다.

엄마는

우리 집이 지효네라 불리고

나를 내 이름이 아닌

지효야~ 하고 불러주는 그 소리가 그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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