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통화 끝에 간신히 예약을 했다.
미용실 예약하기가 제일 힘들다.
지효는 늘 다니는 미용실만 가야 하는 데다가 너무 늦은 시간은 커트하는데 협조가 잘 되지 않아 피해야 한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면 늘 오후 3-4시 타임을 찾게 되는데 펌과 염색이 많은 미용실 업무 중간에 커트가 들어가는 게 쉽지가 않다.
지효의 커트시기는 언제나 엄마 기준이다.
이 부분은 지효에게 늘 미안하다.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지효의 머리를 허리까지 길러서 소아암환아 가발 만드는 곳에 한번 기부하고는 줄곧 단발이다.
그리고 그 단발의 길이는 점점 더 짧아진다.
모든 이유는, 머리를 감기고 말려야 하는 엄마의 편의로 수렴한다.
이렇게 엄마의 기준으로 시기를 잡는다고 해도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한 번에 머리를 자르는 일은 쉽지 않다.
커트를 하는 미용사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딱 하나이다.
“뒷머리는 반 묶임 될 정도로, 앞머리는 눈썹 위로 가능한 짧게
그리고 가능한 빠르게 잘라주세요. “
그렇게 저렇게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효의 머리카락을 부탁드려 온 미용실,
이제 모든 선생님들이 지효를 알게 되었다.
매번 지효가 머리를 자를 때면 옆에서 종종 대면서 서성였다.
중간에 벌떡 일어나면 앉히려고,
고개를 들지 않으면 들게 하려고,
짜증을 내면 조금만 참자 하고 달래려고…
오늘은 조금 멀찍이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애써 지효의 시선을 외면한다.
나도 지효도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서로 독립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이 된다 하더라도 이제는 지켜봐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효를 다루시는 점장님의 노련한 손놀림 그리고 자상하신 눈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우쳐 가며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따뜻해졌다.
다른 선생님들도 지나가시며 한 마디씩 건네주신다.
‘머리 짧게 자르네. 오늘 기분 제일 좋아 보이는데? 지효!’
‘우리 귀염둥이 왔네!‘
30여분 정도 머물렀던 미용실에서 꽁꽁 얼어 초조해하는 마음이 녹아내리는 입김을 마주한다.
어쩌면 사람은, 이 우주에서 가장 미미하고 또 유한한 생명인 인류인 우리는, 가장 작은 먼지 이면서도 가장 뜨거운 바람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 작고 소중한 생명들의 에너지가 뿜어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입김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무거웠던 공기가 덥혀지고, 이 무거운 지구를 떠 받들고 돌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고 미약하고 미미한 먼지에 불과한 각각의 우리가
마지막 가지고 있는 뜨거운 입김을 호~ 하고 내어주어야 하는 이유를 알 거 같은 하루였다.
상처받고,
아니 상처받았다고 믿어버리고, 작은 불씨 하나 남지 않았다고 외면했던 나의 가슴속 작은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용기를 내어본다.
내 입김 또한 지구를 떠 받들고, 스스로 돌게 하며 마침내 그 원대한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새로운 1년을 또다시 선물 받을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는 김칫국을 들이켜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