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럴뉴스칼럼
2021년 12월 어패럴뉴스에 기고한 유럽서 전하는 패션 이야기 칼럼의 전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급성장한 독일의 중고패션 플랫폼, 비노킬로 행사장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쓴 칼럼이다. 비노킬로의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중고 패션은 선입견을 넘어서 새로운 패션 카테고리가 되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가치 소비로 이어지면서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중고 패션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은 오래된 옷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재창조한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독일에서의 '지속가능성' 이슈는 이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서 피할 수 없는 대표 키워드가 되었다. 친환경, 유기농 등 주로 F&B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존재해 온 가치 소비의 흐름이 패션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정부 역시 지속 가능 소비와 생산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중 12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의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2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기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컨설팅 회사인 BCG(Boston Consulting Group)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21년 9월 독일 소비자의 31%가 이전보다 더 많이 또는 훨씬 더 많이 중고품을 구매하거나 직접 판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디팝, 빈티드, 셀피 등 유럽 중고 패션 전문 플랫폼은 그동안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는데, 이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어 그 판매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유럽 전역의 대도시를 투어링하며 중고 패션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단순한 중고 거래 이상의 가치를 교환하며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내와 멀지 않은 창고를 대여해 운영되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중고 거래는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 최대의 중고 패션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독일의 비노킬로(Vinokilo)를 비롯해 오스트리아의 비 트리프티(Be Thrifty) 등은 중고 패션을 새로운 뉴노멀로 정의하며 그들의 비전을 알리고 있다.
2016년 독일 마인츠의 학생 아파트에서 주말 장터 형식으로 시작된 비노킬로는 이제 유럽 전역 대도시에서 진행될 만큼 성장했다. 비노킬로의 창업자인 로빈 발저(Robin Balser)는 미국 포브스 선정 30대 이하 유망 기업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재활용 업체에서 중고 의류를 모두 직접 골라 구입하고, 무게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현재는 유럽 전역의 50개 재활용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중고 패션 상품으로, 유럽 전역의 도시를 돌며 투어링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데, 현장에는 디제잉, 푸드 트럭 등의 이벤트가 더해져 흡사 페스티벌과 같은 분위기를 즐기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중고 패션 마켓의 규모는 1,300억 달러(153조 원)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 유럽과 같은 주요 시장은 2025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 중고 거래 시장도 20조원으로 추산되며, 2020년 이와 관련된 플랫폼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의 패션 거래 비중도 이제 30%를 넘겼다고 하는데, 중고 패션 전문 플랫폼의 활성화는 아직 미미해 보인다.
기업들은 이제 중고 패션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출로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는 지속 가능한 소비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출처]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94435&cat=CAT24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