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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오렌지 Sep 14. 2020

오타..... 가 났다

<보통사람들>

밤 12시가 다 돼서 친구에게 온 사진 한 장. 내 책의 한 페이지에 형광펜이 그어져 있다.

그 사진을 본 순간 머리가 쭈뼛 섰다.

" 지영아, 이거 오타니? "

책이 나온 지 이틀 만에 2쇄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마냥 기쁘기만 했던 하루였다.

그 사진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맨 처음에는 부정하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잘못했을 거야.

그다음은 회피하고 싶었다. 그간 출판사와 오고 갔던 이메일을 찾아서 언제부터 바뀐 건지, 왜 그렇게 된 건지 찾아봐야 했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그날 거의 잠을 못 자고 다음날 아침 출판사에 전화했지만 벌써 2쇄가 들어가서 손 쓸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다음의 감정은 억울했다.

타의든 자의든 우리 다섯 명이 원고 교정을 봤었다.

그것도 정말이지 꼼꼼하고 철저하게 몇 번씩이나. 본인 글에 구토 증세가 나오기 시작할 때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서로 봐주고, 이게 맞니, 저게 맞니 상의하면서 배려해 주면서 한 달 내 교정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이런 오타가..... 나다니....

너무 속상했다. 너무 열심히 본 교정이라 더 억울했는지 모르겠다. 이걸 왜 못 봤는지...

나로 인해 다른 네 분께도 너무 죄송하고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다음의 감정은 순종이다.

아니 어쩌면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글자의 자음, 모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잘 못 들어가서 읽는 이로 하여금 뜻의 전달이 될 때도 있나 보다. 지인들에게 오타를 알리니 몰랐다는 분들도 많았다.

한글의 신비로움이 여기서 발휘되기도 했다. 잘못된 활자를 눈으로 읽고 머리로는 제대로 이해하는 그런 신비로움.

어쨌는 나는 눈에 확 띄게 글자가 틀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순종 끝에 다시 찾아오는 창피함이 아직도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서평을 전문으로 하는 몇 분께 서평을 부탁드렸는데 얼마나 황당할까.

이런 생각은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때문에 더 신경 쓰이는 것일지 모른다.

평상시에 책을 읽다가 오타를 발견하면 왠지 이 책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였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오타는 나에게 치명적이었다.


이런저런 감정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형국이다.

이 감정의 마지막 끝은 반전?

갑자기 오늘 생각난 엉뚱한 생각 하나!

오타 인증샷 이벤트를 시작해 볼까? 우리 5명 공저 인스타가 있다.(@botong.people.5)

여기에 오타 인증샷을 올리면 커피 한잔? 뜬금없는 생각으로 갑자가 마음이 가벼워진다.

역시 나의 장점은 생각 자르고 깊게 생각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요 며칠 잠도 못 자고 마음 무겁게 지내온 시간이 이렇게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2 쇄도 오타채로 나가게 되었지만 혹시라도 3쇄를 찍게 되면 완벽한 오타 없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근데.... 3쇄가 찍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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