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알고리즘이 침묵시킨 '공론의 장': 미디어 소음에서 벗어나는 법

by 안진

2000년대 초 포털 중심 정보 검색 시대를 지나서 2010년대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확산하고 현재 AI 기반 개인화 및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시대가 도래했다.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정보의 신뢰성 위기가 증대되었다. 공통의 현실이 사라진 다중 현실의 시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리고 공론의 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이 사용되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더 가속되었다. 참여 시간 극대화라는 목표로 설계된 이 기술은 사용자가 가짜 뉴스를 포함하여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정보 소비 극대화를 초래했다. 한 번 알고리즘을 타고 하나의 방향으로 설정되면 비슷한 정보들에만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일정 관념이 사실로 자리 잡는다. 문제는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반수 이상의 정보는 소음이거나 한쪽 면이 가려진 편집된 것이라는 데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누군가의 알고리즘에서 극단적 정보가 끊임없이 돌아갈 때 누군가의 알고리즘에서는 반대 극단의 정보가 계속 재생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두 사람은 물리적 공간이 같을지 몰라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 된다. 현대인은 인지가 부족하며 인지적 구두쇠 경향이라는 이론도 있다.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려 쉬운 정보만 찾는다는 것인데 이런 인지 편향이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개인의 부족함이 심화하며 정치 장사나 클릭 장사가 돈이 된다. 대중영합주의 시장이라는 상업적 공간이 새로 탄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양상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의견은 흑백논리로 점점 양분화되고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 되어야 할 민주 사회의 정치는 극단적으로 치달아 폭력적이고 고압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관철하려 한다. 마치 전쟁처럼 정치적 의견이 다른 타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서로를 말살하려 하는 행태를 취하게 된다. 이는 사실 기반 토론의 실종으로 정책적 비효율성과 국가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더하여 음모론이 확산하기 쉬운 토대를 가지게 된다. 한국에서도 부정선거 음모론, 백신 음모론 등 아무런 논리적 귀결이 없는 생각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이에 지배당해 비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겠다고 논리를 들이대면 선동적이고 맹목적인 대응만 돌아올 뿐이다. 이 모든 기제는 파시즘적 사고방식의 토대로, 비판적 사고 상실로 인한 민주주의 퇴행이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학교 교육 현장의 변화가 요구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민주주의자로 나온다면 사회의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것은 너무도 쉬울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술이 아닌 모든 교과에 통합하여 비판적 분석 도구로 가르쳐야 한다. 정보의 맥락적 이해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더하여 정보 생산 윤리, 토론 역량을 강화하는 학습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책임 없는 소비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생산자의 역할로 학생을 육성해야 한다. 학생들 외에 성인들도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이주민이고 현대 기술의 네이티브가 아닌 성인들은 기술 변화의 장단을 바로 이해하고 가짜 뉴스 판별 능력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개인의 리터러시가 정치 참여의 질을 결정하며 숙련된 리터러시 교육은 능동적 시민의식 고취와 국가 정책 감시 능력 향상에 직결된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분별’이라는 덕목은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리터러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좋은 무기다. 전통 언론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비판적 언론의 역할을 대행해야 할 윤리적 당위성이 존재한다. 진실을 추구함과 동시에 비판적인 태도는 선택의 자유가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시민의 의무임을 기억해야 한다.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고 귀찮더라도 상호 확인하고 바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 등 불편한 개인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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