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로부터의 자유가 선사하는 '나만의 가치'
삶의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자꾸 쌓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무튼 쌓여간다. 체내도 그렇고, 온라인상 데이터도 그렇고, 물리적 공간도 그렇다. 문득 평소와 같이 생활하는데 집이 좁은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 살기에 넉넉한 공간임에도 답답함이 몰려왔다. 삶의 때처럼 이런저런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물건이 맥락 없이 쌓인 모습은 압박감과 불편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려면 버리는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물건을 쌓는 가장 보편적인 생각은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짐작이다. 이 생각을 물리치기 위해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라는 기준도 있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주저함, 미련 등 그것과 얽힌 내 감정을 버리는 것과도 같다. 이는 현대인의 욕망을 투영한다. 대표적으로 소유의 욕망이자 과시욕에 의한 소비의 모음이다. 내가 구매하고 가진 물건이 나를 증명하고 지켜줄 것만 같은 허상에 빠지는 것이다. 그 욕망이 물건의 형태로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소유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필요가 아닌 욕망에 의한 소비는 낭비다. 먼저 쌓이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이면서도 느린 소비의 선행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결제하지 않고 숙고하고 미루는 태도가 소비의 미덕이다.
일단 쌓인 것들을 정리할 때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앞서 말한 것처럼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은 버린다든지, 하나를 사려면 하나를 버려 총 개수 또는 수량을 맞추는 등 개인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명문화된 규정들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한 기준은 3개월 동안 만진 적이 없으면 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발견하면 다 버린다는 것이다. 기준은 가급적 섬세하게 세우고 만들어지면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기준으로 사진, 박스, 책, 사무용품, 인형, 옷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버리고 나누고 중고로 팔았다. 하루에 다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기준을 상기하며 분류하고 처분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없애고 보니 후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생겼다. 답답해서 버렸는데 막상 빈 것이 눈에 보이니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금세 버리는 것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간은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모든 것이 유한한 것이다. 돈이 그렇듯 신경 쓰고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도 유한하다.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에너지의 총량은 작다고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은 미래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새해의 다짐과 연말의 실천을 비교해 보라.) 소유의 버림은 나를 진정 존재하게 해주는 필요조건이다.
버린다는 것은 결코 잃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얻는 것이다. 정돈된 삶은 내 생각과 감정도 정돈하게 해 준다.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에 환경까지 복잡하다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다. 소유로부터의 자유는 삶의 가벼움을 선사한다. 물리적 공간 이외에도 버림의 미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광고성 메일을 삭제하고 필요 없는 사진과 동영상을 지우고 쓰지 않는 앱을 삭제하는 등 온라인 환경도 정돈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 찌꺼기들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 삶의 전반에서 가볍게 미니멈으로 사는 것은 본질에 가까이가 선택과 집중을 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