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형적 사교육 시장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바쁘다. 새벽에도 학원가는 붐비고 학원 강사가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돈을 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으로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 공교육과 사교육의 관계는 하루이틀 지적되어 온 것이 아니나 이런 기이한 역설은 오늘도 강화되고 있다. 일타 강사는 노력과 능력을 부르짖고 그들의 성공을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로 칭송하지만, 그들의 부가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에서도 가능했을지 의심스럽다. 개인의 정당한 재산 형성을 뭐라 할 바는 아니지만 강사의 부 안에는 공포 마케팅에 굴복한 학부모의 불안과 학생을 철저히 점수로 보는 사회의 실패가 포함되어 있다.
학생은 한국 교육에서 인격체가 아니라 상품이다. 교육의 목적이 인격 향상, 민주적 시민 양성 등의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품 가치의 상승으로 변질되어 있다. 학생을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서열화한다. 짜인 틀 속에서 위치 상승을 위해 CCTV가 달린 관리형 독서실에서 감시받고 감옥 학원에 들어가 공부한다. 학생 본인과 부모 모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런 행태가 옳은 것인가? 또 입시 컨설팅의 고액화는 오래된 얘기다. 학력을 돈 주고 사는 것과 같다. 학생의 생기부와 자소서가 수백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컨설팅으로 기획되고 편집된다. 학생의 삶 자체가 대학이라는 구매자에게 팔리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 학생은 효율적인 노동자로 훈육된다. 언제부터 시험 기술을 배우는 것이 공부였고 무한 경쟁을 교육이라 정의했나?
이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일타 강사다. 일타 강사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그들의 부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왜곡된 시장의 지대다. 현장 강의 암표, 문제 거래, 교재 팔이, 이적료와 위약금 소송 등의 가시화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평범한 교사들의 교육적 권위를 박탈하고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본래 선생 또는 교육자란 지식 전달자 이상의 역할과 가치를 지닌다. 누가 문제를 더 잘 찍어 주나의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그들의 부는 대한민국 교육 불평등의 지표이자 대한민국 교육의 사형 선고다. 또 이 시장은 승자독식의 전형으로 능력주의 환상의 토대가 된다. 당장 돈을 벌고 말고 보다도 학생들이 일타 강사를 동경의 시선으로 보고 이것이 공정이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교육의 개선 여지를 없앤다. 이제 스승은 옛말이고 선생은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교육의 문제는 앞서 지적한 학부모, 학생, 사회 구성원, 일타 강사 등이 공범이다. 여기에 정치도 포함된다. 국가가 사교육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는 건가? 혹은 안 하는 건가? 대학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나라가 한국이고, 그렇게 중요한 선발의 과정을 객관식으로 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수능 후 문제 변별력에 대한 시비가 만연한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출제 위원회가 킬러 문항이라며 문제를 출제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이를 해체하는 비법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정치가 만든 정책의 허점이 사교육의 먹이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교육만으로는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불신을 방치함으로 정치는 사교육 시장의 토대를 제공한다. 국가는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각 가정이 각자도생으로 무한 경쟁에 시달리게 함으로 계급 재생산을 묵인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책임 회피이자 사교육비로 사적 조세를 걷는 것이다.
한국 교육은 현실과 철학, 이상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로 총체적 난국이다. 여러 분야의 개혁을 외치지만 필자는 교육 개혁이 가장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시민을 길러내고 그들이 공론의 장에서 숙론하여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다면 각 분야의 개혁 과제는 더 유능하고 성실하게 수행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더라도 후대가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그 개혁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은 타인과 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되는가? 사회 갈등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더 이상 스승을 연봉으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을 등급으로 매기지 않는 사회. 일타 강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진짜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