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노동에 대하여
글을 쓰고 어딘가에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준다. 이 외에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문장을 보여주고 그들의 시간을 빼앗아 도움을 얻는다. 왜 이런 일을 할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큰돈이 벌리거나 엄청난 효용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냥 이런 행위를 계속한다. 가장 먼저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감수하며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다. 필자에게 문장을 쓰는 일이 그렇다. 왜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를 명확히 답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니 시간을 쓰고 비용을 들여 아쉬운 소리 해 가며 글을 쓴다.
다음으로 좋은 독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를 좋은 독자라고 불러준 적은 없지만 스스로 좋은 독자라고 칭하고 그렇게 여기며 살아간다. 필자에게 좋은 독자의 정의란 계속 읽는 사람이다. 내가 글을 써보니 일단 읽어주면 정말 고맙다. 세상에 읽을거리는 매우 많다. 나보다 잘 쓴 글도 한없이 많다. 이뿐인가? 글이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재밌는 것이 너무 많다. 유튜브, OTT 등의 영상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게임, 각종 스포츠 등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세상에서 별 볼 일 없는 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귀하다. 그에게서 좋은 말이 안 나오더라도 읽어준 게 어디인가?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꾸준히 읽는다. 그간 읽었던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도 나만의 의리로 책을 구해 읽는다. 그리고 그 작가의 지난 작품들도 찾아 읽는다.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을 다 읽으면 마치 하나의 퀘스트를 끝낸 것처럼 의기양양해한다. 누가 알까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계속 품을 들여 남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좋은 독자가 아니겠나?
좋은 독자는 자꾸 글을 읽다 보니 나도 쓰고 싶어진다. 어떤 문장은 이걸 내가 썼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훔쳐 오고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문장은 이런 건 나도 쓴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써보니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좋은 독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독자의 영역은 소비의 영역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팔짱 끼고 누리면 된다. 책의 경우 읽다 접어도 되고, 1년 내내 잡고 있어도 되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된다. 극한의 자유와 책임 없는 즐거움이 공존한다. 하지만 작가의 영역은 다르다. 쓰는 사람은 생산자다. 세상에 있던 것을 편집하고, 나만의 개성을 입히고, 다듬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치고 거쳐 결과물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큰 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결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냥 나는 나의 문장을 썼고 선보였을 뿐이며 공은 대중에게 있다.
독자와 작가의 관계는 공평하고 대등한 관계는 아니다. 대부분 독자가 우위에 있는 듯하다. 가끔 작가가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지만 흔치 않고 그 정도의 작가가 되기까지는 독자에게 휘둘리는 시간을 지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생산한다. 글을 쓰고 선보이고 서로 읽고 평가한다. 이 모든 과정이 가치가 있지만, 먼저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자꾸 뭘 만든다. 또 ‘이런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었으면 좋겠어.’라는 꿈을 품은 사람이 사람에게 결과물을 내놓는다.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는 당연히 존재한다. 대형 서점에 가면 랭킹이 다 매겨져 있다. 물론 명작도 있고 졸저도 있다. 그러나 나쁜 글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나쁜 개가 없는 것처럼 나쁜 글은 없다. 각자의 글, 나만의 글이 있을 뿐이다. 나의 문장이 현재 세상과 대중에게 소구 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무언가 남겼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난 어떻게 살기로 했다는 결심은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다.
노래방에 가보면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노래를 월등히 잘하면 혼자나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몰려가 노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사람들은 노래를 즐긴다. 서로 못 부르기에 웃으며 부담 없이 노래를 부른다. 글도 이런 자세였으면 좋겠다. 노래보다 글이 심리적 장벽이 있지만, 노래방에서 노래를 즐기듯 골방에서 글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디에 올리고 보여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너와 나의 글이 만나 연결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