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단절

느리고 고요한 삶을 위하여

by 안진

과도한 연결이 가져온 피로와 삶의 질 저하는 분주함의 역설이다. 현재는 연결 강박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마트폰 중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청년에서 장년까지 중독의 폐해가 이어진다. 청년층은 포모(FOMO)로 인한 끊임없는 비교로 불안이 증폭되고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에너지와 시간이 타인으로만 향하며 자신을 알고 개성을 찾는 것에 쓸 자원은 점점 줄어든다. 중년층도 업무 연장선상의 퇴근 후 실시간 응답의 압력, 번아웃 및 가족 간 관계 단절 등을 경험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단절,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단절은 도피가 아니라 자기 통제와 성숙의 시작이다. 디지털로 인해 잃어버린 느림의 미학과 고독의 가치, 사고 근육 회복이 절실하다.

빠름을 미덕으로 하는 사회는 반만 바라보는 사회이자 많은 것을 놓치고 희생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느림의 미학은 곧 분주함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한다. 느림은 창조적 여백을 형성한다. 일상에서의 산책, 명상, 멍때리는 시간 등 생산과 무관한 행위들은 무의한 것이 아니라 활동들을 연결하고 창의적, 창조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의도적 비움의 시간이다. 한국 전통 건축인 한옥을 보더라도 이런 가치가 내재해 있다. 흔히 여백의 미라고 하는 것은 예술에 내재한 비움의 철학을 조명한다. 한옥의 빈 마당이나 수묵화의 공간은 공간적으로 이 가치를 나타낸다. 여백을 현대적 삶에 적용하면 디지털 기기가 침범한 쉴 공간을 되찾는 노력이다. 언제든 안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의 존재가 삶을 더 멀리 나가게 할 것이다.

일상에서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방해받지 않고 적막과 고독으로 채워지는 시간은 꿈의 시간이다. 인간은 혼자 있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혼자 있을 줄 알아야 한다. 고독은 정신적 건강과 인지 능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디폴트 네트워크 활성화로 인간의 뇌 영역에서 과거 회상, 미래 계획,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증진에 이바지한다. 또 감정 통찰력이 증진된다. 즉각적인 외부 반응없이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고 명명하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자기 이해도가 향상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생각하기 근육이 강화된다. 정보 수용을 멈추고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시간은 비판적 사고 능력이 증진된다.

디지털 단절의 목적은 기술 거부나 뒤처짐이 아닌, 기술을 도구로서 존재하게 하고 일상을 통제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능동적, 주체적 행위이다. 현대에서 디지털 단절을 실천하기 위해 단절 존을 설정하는 것도 좋다. 그 공간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없애는 것으로 수면 공간, 식사 시간 등 특정 시간에도 의도적으로 디지털을 배제하는 것이다. 느슨한 알림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하지 않은 앱의 알림 권한을 모두 끄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면 보통 중요한 연락이 인스타로 많이 오지는 않으니 알림을 꺼두고 하루에 2번만 정해진 시간에 앱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적 있는 분주함이 필요하다. 맹목적으로 정해진 것 없이 디지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활동 시간을 독서, 명상 등 오프라인 활동으로 대체하고 인지적/육체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단절은 잃어버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행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단순하게, 단순하게, 단순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너무도 서둘러 삶을 살아낸다. 그와 반대로 간결하고 사려 깊은 미디어 생활이 필요하다. 연결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로 돌아와 고독과 느림 속에서 진정한 자아와 삶의 가치를 발견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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