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맛그.7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버터가문어>

ㄱㅁㅈ의 맛있는 그림

by anka
kmk8_SERO1.jpg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용인에 살고 있을 때, 동네 친한 엄마가 밤에 톡이 왔다. “아직 안 주무시죠? 안주 선물 배달이요. 문 앞에 놓고 가요!” 남편과 나는 보통 맛집을 찾아가는 성격도 아니고 가서 먹거나 하기보다 주로 여기저기서 배달해서 시켜 먹는 쪽이라 몰랐는데, 우리 동네에 맛집으로 유명한 이자카야가 있었나 보다. 친절도 하고, 맛도 보장되어 있으며 포장까지 가능한 곳.


안주를 선물로 준 엄마에게 감사를 하며 남편과 뚜껑을 열어보니 커다란 문어다리가 있었다. 문어구이인가? 하며 남편과 (이 안주를 위해) 급하게 냉동고에 차갑게 만들어 둔 맥주를 꺼내마시며, 잘게 잘라둔 문어다리를 먹었다. 건 오징어, 초장 오징어 외에 흐물거리며 빨판 달린 아이들을 별로 평소에 아주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 남편도 남은 버터국물이 아쉬울 만큼 맛있어했다.


그날부터였나. 밤이 되면 계속 생각이 났다. 마트에 가봐도 데친 통문어가 있을 뿐, 매번 사 먹기에는 또 괜히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더 이득일 것 같은 느낌의 안주. 그러다 우연히 부모님과 같이 서해로 드라이브 갔다가 인천종합어시장에 들르게 되었는데 건어물 코너에 벌크로 들어있는 이것들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한 봉지-대략 1킬로- 에 만천 원. 양에 비해 가격이 꽤 싼데 싶은 크기의 봉지였다. 금방 없어져 두 봉지 사둘걸 후회를 하게 하는 맛과 양이었다. 인터넷으로 찾다 보니 그것보다는 다 비쌌었기 때문에. 이걸 사겠다고 용인에서 인천까지 또 가는 건 너무 나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들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중에 심지어 이것은 문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문어’ 대왕오징어의 다리라고 한다.


가문어를 미리 몇 개 꺼내두었다가 녹으면 칼집을 내고,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여, 가문어를 놓고 소금류를 뿌린다. 허브솔트, 일반 소금에 후추, 맥코믹 스테이크 시즈닝 등 여러 종류를 뿌려보았는데, 맥코믹을 이길 수는 없던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소금에 ‘통후추 간 것’ 이 중요한 듯싶다.


오늘 국물 다시용 멸치들을 주문한 것이 배달 온다. 한동안 건어물 주문할 일이 없어 냉장고에 넣어두지 못했던 ‘가문어’가 수줍게 숨어있을 그 택배가.


문자가 왔다.


지금 꺼내러 갑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카 일러스트 :

www.instagram.com/ankahahaha

keyword
이전 06화<강맛그.6 꽃게랑을 보면 내 심장이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