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목마른 도토리들
"쌤 그래도 제가 쟤보다는 시험 잘 봤어요."
"아니에요, 쌤 저는 실수해서 그렇지, 원래는 쟤보다 더 잘해요."
아이들은 항상 내 앞에서 서로를 깎아내리며 자기 자신이 더 잘났다는 것을 어필하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나 쟤나, 도찐개찐, 피카츄 라이츄야." 라고 이야기한다.
(본래는 '도긴개긴'이 맞는 표현이다.)
그럼 아이들은 "쌤! 제가 라이츄 할래요~ 라이츄가 진화한 거죠?"라고 서로 핏대를 세우며 지가 더 잘난 거 할 거란다.
어이가 없어서 원.
지금 '누가 피카츄이고, 라이츄인 게 중요한 건가?'
정말 귀엽다. 귀여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안다. '귀엽다'는게 쌤이 하는 '욕'이라는 것을.)
그런데 아이들이 쓸데없이 핏대를 세우며 '너 잘났다, 나 잘났다' 할 때, 문득, '참 내가 칭찬에 인색하구나' 싶다.
서로 저런 유치한 싸움을 하는 것이 결국, '쌤한테 칭찬을 받고 싶어서'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래도 쟤보다는 내가 하나라도 더 잘한 것을 어필하고, 그래서 '잘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아이들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허나 내가 칭찬에 인색한 건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나만의 핑계일지도)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칭찬을 하면, 이노무 중2병사들은 그다음 수업 때 그 이전보다 더 큰 핵폭탄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잘한다고 칭찬을 하면 꾸준히 잘해야 하는데, 잘했다고 칭찬받았으니 안도한다.
'내가 이 정도 했으면 다음엔 이렇게 해도 봐주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큰 핵폭탄을 나에게 투척한다.
쿵! 콰과광!
이 핵폭탄은 나를 터트리고, 아이들의 고막을 터트리고, 우리 학원 전체가 흔들린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알았으면, 그냥 그대로 쭉 하면 안 되는 건지, 왜 한 번의 칭찬으로 만족을 하고 그 이전 보다 더 나태한 태도로 돌아오는 건지 정말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기에, 칭찬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칭찬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지나가다 툭, '오다 주웠어'라는 느낌으로 툭툭.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를 툭툭' 던지며 과자집을 찾아가듯, 그렇게 '칭찬을 툭툭' 던지면 잘 따라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나는 여러 마리의 '피카츄 라이츄'들과 함께 또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
부디 나의 칭찬을 주워 먹으면서 잘 따라오기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