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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Jul 26. 2024

나도 밥 좀 먹자.

효율적인 시간 관리

대부분 아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 = '공부를 열심히 한다'로 착각한다.


공부는 오랜 시간동안 하는 게 아니다.


계획한 시간 내에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목표를 도달하여 완료하는 것.

그냥 끝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제 풀다가 아까 본 유튜브 생각, 집에 가서 먹을 야식 생각, 내일 친구랑 만날 생각, 끝나고 노래방 갈 생각 등등등으로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도 모르고, 보이는 숫자들을 조합하여 이계산, 저 계산, 본격적인 시간낭비가 시작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분노를 억누르며 "모르면 질문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왜? 

모르는 걸 들키기 싫으니까.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리기 싫으니까.


무엇보다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본인에게 잔소리 따발총이 날아올 것을 아니까.


그럼 진작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시간낭비를 할까?




몇몇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제시간에 완료하고 귀가"한다.


남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 내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분량을 주었고, 어차피 공부하는 시간인데 제대로 해서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거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대부분의 아이들은 못 한다는 거다.


그리고서는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양이 많아요." --- 양을 많이 준 적 없다. 이건 나한테 배운 학생들이면 다 인정하는 바이다.

"어려워요." --- 제발 해보라고 하는 대로 해보고 어렵다고 해라. 그리고 질문하랬잖아?

"오늘은 공부가 하기 싫은 날이에요." --- 응~ 나도 너 가르치기 싫은 날이야~

.

.

.

이런 핑계들을 듣고 있자니, 내 시간이 아까워진다.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은 니 시간이자, 내 시간이니까.




모른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모를 때까지 스스로 방치하고 있는 그 태도가 화가 난다.

모른다고 하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그 태도가 화가 난다.

어렵다고 하면서, 문제도 읽어보려고 하지 않는 그 태도가 화가 난다.


이 태도들이 결국 내 시간까지 뺏어가고 있으니 분노가 폭발한다.




역으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내가 너희들이 제출한 교재 채점을 하는데..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느릿느릿 채점하고, 

질문을 해도 한참을 멍 때리고,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수업 시간을 낭비해서,


"수업 낭비 됐으니, 집에 못 가~ 남아서 더 해!"

라고 한다면??


너네의 쉬는 시간, 식사 시간을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뺏어버린다면?


너네는 용납이 되겠냐고.


나 이해해 줄 수 있냐고.


100이면 100, 모두 "그건 안되죠~"라고 한다.


"근데 너네는 왜 내 시간 뺏어가는데!!"


그럼 아이들은 갑자기 말이 없어지면서, 하는 척이라도 한다.


인정하는 거다. 입장 바꿔서 생각하니, 내 시간은 뺏기기 싫은 거지. 물론 노는 시간을.




그래도 내가 가르치는 내 아이들인지라, 내가 밥을 못 먹더라도, 퇴근을 좀 늦게 하더라도, 약속 시간을 미루더라도, 내 시간을 투자한다. 언제 상장폐지가 될지도 모르는 주식에 투자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난 속으로 외친다.

'나도 밥 좀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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