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부터 하자.
아이들은 매일매일이 과제와의 싸움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학원도 몇 개를 다니는지, 오늘 과제하면 내일 과제 있고, 내일 과제하면 모레 과제 있고, 그날 과제를 해치우기 급급한 '하루살이' 인생을 산다.
어쩔 때는 안쓰럽다.
본인의 의지도 아닌,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며 본인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메고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는 아이들.
내가 학생 때 저렇게 살라고 했으면 난 못 살았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안쓰러움이 사라진다.
과연, 아이들은 '하루살이' 인생을 살 만큼 공부할 시간이 없을까?
아이들은 여유 시간의 80~90%를 우선 '노는 시간'에 쓴 다는 거다.
놀 거 다 놀고, '시간이 없어요.', '풀다가 잠들었어요.', '학교가 늦게 끝나서 몇 문제 못 풀었어요.' 등등의 핑계를 댄다.
또 '프로억울러'가 되는 거다.
시간이 없는 건, 공부할 시간이 없는 거다. 여유 시간에는 놀아야 하기 때문에.
풀다가 잠든 건 그만큼 과제를 미뤘다는 거다. 나는 자는 시간까지 뺏어서 과제하라고 한 적이 없다.
학교에서 끝나는 시간도 담임선생님의 종례에 따라, 청소 당번이냐 아니냐에 따라 복불복이기에 '학교 끝나고 마저 해야지'라는 생각은 미래에 대한 무책임함이다.
나도 물론 학창 시절에 '벼락치기의 달인'이었다.
매일매일 나눠서 하는 건 뭐 생각도 안 해봤고, 당일에 몰아서 완벽히 해내는 데에는 도사가 되어있었다.
벼락치기가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할 일은 항상 미루고 미뤘다.
한 번은 초등학교 때 구몬 선생님이 "명절이 있어서 선생님이 못 오니까, 학습지를 더 주고 갈 거야~ 열심히 풀어놔야 해~"라고 하며, 학습지를 2배 투척하셨다.
나는 호기롭게 "네~"라고 했지만, 정말 하기 싫었다.
그리고 내가 애용한 '벼락치기'도 불가했다.
시간은 흘러,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 되었고, 나는 잔머리를 굴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기였다.
명절이라고 더 주신 과제를 침대 밑에 숨기고는 "선생님이 이 것만 주셨어요~"라고 해맑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시는데 모른 척하신 게 아닌가 싶다.
얼마나 스트레스셨을지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그럼 '너도 벼락치기해놓고, 왜 애들한테는 미리미리 하라고 잔소리하는 건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나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내가 벼락치기를 통해 얻은 건, 시간이 다가올수록 높아지는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단기 기억' 뿐이었으니까.
아무리 내가 빠른 시간에 잘 해낸다고 해도, 급하게 한건 뭐든지 '체'하기 마련이다.
소화가 안된다.
빠르게 소화시키려고 한 만큼 탈이 나서 '역류'한다.
내 머릿속에서 다 빠져나오는 것이다.
결국, 아는 게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후회'까지 추가된다.
나는 그냥 놀고 싶었을 뿐인데, 그냥 나중에 다 완료하려고 했을 뿐인데, 분명 다 했는데, 남는 건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할 건 하고, 놀자!'라고 이야기한다.
나 같은 어른이 되지 않게 하려고.
얘들아, 미리과제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