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입력하세요.

소제목을 입력하세요

by 안미쌤

글을 연재한 지 어언 한 달.


달력을 보고 확인하니, 정말 한 달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벌써?


무언가 꾸준히 한 역사가 없기 때문에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는 게 매우 놀랍다.


어렸을 적 구몬학습도.

헬스장 회원권도.

필라테스 회원권도.

가죽공방도.

.

.

끝까지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가죽공방은 만들다 만 가방이 공방 어디 한 구석에 처박혀 있을지도.


물론, 위의 경험들도 한 달이라는 시간보다는 길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정말 제대로 한 날을 더한다면? 30일이 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그동안 내 안에 묵혀두었던 생각? 울분?을 토해내느라, 제목도 뚝딱 지어졌고, 글도 술술 써졌다.


10분, 20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고, 다다다다다다 타자 치는 소리에 내 속도 풀렸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적어도 40분 이상, 그리고 바로 써지지 않아 몇 번의 텀을 두고 쓸 때도 있다.)


책이란 것을 평생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기에 '고급진 어휘'를 구사할 수도 없으며,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학창 시절 국어책에서 배운 게 전부이고, 글을 쓰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수학 강사'이기에 그냥 '내 생각'을 투박하게 뱉어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오래 정성스럽게 쓰고 싶어도 급한 성격과 할 말은 그냥 내뱉어야 하는 성격 덕에 앞뒤 문맥 그런 거 생각도 않고 '와다다다' 쓰게 된다.


혹시나 정성스럽게 쓰기 위해 우아한 단어를 찾고, 평소 나와는 거리가 먼 소재를 찾아내 억지로 글을 쓴다면, 지금 이 '멋진 취미'가 내 인생에 '영웅'이 아닌 '빌런'이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브런치 안에서 멋지게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 글에 가끔 현타가 오긴 하지만, 결국 나는 나이기에.. '내 방식대로 꾸준히 하자'로 빠른 글쓰기에 대한 나름 자기 합리화(?)를 한 것이다.




처음에 내 글을 보고 남편이나 지인들이 '술술 읽힌다'는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그냥 심심할 때 시간이 될 때 '스~윽' 보면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기에, 그 말이 가장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이 항상 '제목을 참 잘 짓는다'며 "제목 짱이다!"라는 말을 해주는데, 워낙 말장난을 좋아하고, 네이밍을 하는 걸 평소 좋아하기에 "뭐 별거 아닌데~"라면서도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목이 '뚝딱' 지어졌다.


제목이 떠오르면,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도 '뚝딱'이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금방망이를 갖고 있는 도깨비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데, 조금씩 조회수가 올라가고, 브런치 메인에 뜨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자극적인 제목이 뭐 없을까?'

'클릭을 하고 싶은 제목이 뭘까?'

.

.

분명, 나의 '힐링'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건데, 이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인 제목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소재를 찾아 브런치를 헤매는 안미쌤을 본 적이 있는가.


갑자기 '먹이를 찾아 헤매는 산기슭의 하이에나'가 떠올랐다.




오늘도 '브런치 메인'에 걸려있는 [나롱이는 못 말려]를 보고, 환호를 지른 나는 무언가 나의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어떠한 글을 보여드릴까 고민 중에 있었다.


어제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없었고, 나롱이 이야기는 화요일 연재이기에.


글을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듯이.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아지는 요즘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초심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글쓰기' 버튼을 클릭하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떤 걸 쓰지?'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지?'

.

.

아무리 생각해도 글을 쓸만한 소재들이 떠오르지 않았고, 문득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문장은 꼭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제목 짓기 어렵다며~ 나를 제목으로 해!'

'지금 니가 제목에 욕심이 생긴 상황을 글로 써보는 게 어때?'


'ok!!'


그래서 오늘 글의 제목은,


제목을 입력하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