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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Sep 14. 2023

전자책을 즐겨 보지만 동네 책방을 찾아가는 이유

 

최근에야 전자책 보는데 재미를 붙였다. 책마저 디지털화되다니, 멋도 없고 낭만도 없는 세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나였다. 하지만 남들 좋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 전자책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전자책이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사나 싶을 지경이다. 잠들기 직전까지 태블릿을 배 위에 올려놓고 전자책 플랫폼 앱을 켜 책을 읽다가, 잠드는 순간에는 '아... 전자책 최고...' 생각하면서 잠든다. 


내가 전자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기다림 없이 원하는 책을 바로 볼 수 있다.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첫 문장을 바로 읽기 시작하면 호기심과 흥미가 증발할 틈 없이 순식간에 책에 몰입할 수 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에도 수월하다. 얼마 전에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을 읽었다. 여러 작가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었는데, 김신회 작가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곧바로 검색창에 작가 이름을 입력해 <아무튼, 여름>을 읽었다. <아무튼, 여름>을 다 읽고는 다시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으로 돌아가 읽었다. 전자책 플랫폼을 이용했기 때문에 아주 간편하게 두 권의 책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 책 읽기 공백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종이책만 고집할 때는 책 읽는데 열흘, 읽고 싶은 책을 찾는데 열흘이 걸리는 꼴이었다. 그런데 전자책 플랫폼을 이용하니 내 독서 습관을 고려해 적당한 책을 추천해 준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새로운 책을 끝도 없이 추천해 준다. 덕분에 나는 책 읽기 공백 없이 입맛에 맞는 책을 계속해 읽을 수 있다.


최근에 방문했고, 재방문을 몇 번이고 하고 싶은 수원의 '낯설여관'


뒤늦게 전자책 좋은 걸 알고 전자책 플랫폼 중독자처럼 굴고 있지만, 여건이 될 때마다 동네 책방에 들른다. 서울에 살 땐 집에서 회사까지 오가는 동선에 대형 서점이 몇 개나 있었다. 그때는 수천 권인지 수만 권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아마 책 읽는 느낌을 느끼는 것으로 지적 허영심을 조금이나마 채우는데 만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서울을 벗어나 살고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워낙 활동 반경이 좁아지기도 했고 가장 가까운 대형 서점까지는 차로 20분 이상을 가야 한다. 또 전에 비해 동네 책방이 여럿 생겨서 자연스럽게 몇 군데에 발걸음 하게 되었다. 전엔 대형 서점에서 책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을 즐겼는데, 요즘엔 동네 책방의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느낌이 좋다.


동네 책방에 가면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책방지기이다. '독서 인구가 절벽에서 고꾸라지듯 줄어드는 이 시기에, 책을 얼마나 좋아하면 책 장사를!' 하는 생각이 들며 책방지기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기 쉽다. 또 공간에 알맞게 수를 맞춰 가져다 둔 책 제목을 하나씩 살펴보면 '여기가 내 집이면 좋겠다'는 부러움 마저 든다. 나는 동네 책방에 가면 꼭 책을 한 권씩 산다. 전자책 연간구독권에 지불하는 비용, 집 책장에 진열된 묵은 책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소비인가?' 의심스럽지만, 스스로에게 선물하듯 또는 지적 허영을 채우는 의식처럼 종이책 한 권을 사고 싶은 마음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서점과 제로웨이스트샵을 겸하고 있는 동네 책방에 갈 계획이다. 2주 전에 처음 다녀온 곳인데, 마침 또 갈 일이 생겨 기쁘다. 이번에 가서는 김신회 작가의 책을 한 권 사고 귀퉁이에 서서 읽으며 책방 냄새를 온몸에 듬뿍 담아 오고 싶다. 책을 읽는 즐거움과 책방에 가는 즐거움은 다르다. 다르지만 모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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