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2 첫 출근 기록
종달리 첫 출근 날이다.
몸이 조금 긴장했는지 새벽 3시, 4시, 5시, 6시,, 한 시간마다 깨버렸다. 물론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더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몸을 일으켜 씻었다.
첫날이니까, 조금 일찍 집을 나서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했다. 아침으로 먹을 베이글과 두유도 챙겨서 8시 반쯤 나갔다.
종달리까지는 예상 1시간이 나왔지만 열심히 달려가다 보니 9시 15분에 도착을 해버렸다. 점장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간단히 장을 보고 오신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성산일출봉이나 보려고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는데,, 전화가 왔다.
우리는 닉네임을 부르는데 점장님은 제이드다.
출근하자마자 이모들께 인사드리고, 제이드를 따라 여기저기 다녔다. 꽤 무거운 짐들을 날라야 해서 일을 오래 하려면 체력 관리가 필수라고 느껴졌다.
오전엔 두서없이 일을 해서 약간 정신이 없었고, 점심 공연은 조명과 음향 사고가 있어서 살짝 멘붕이었다. 이제 오퍼를 맡게 되면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
다행히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리드로 분위기가 풀어졌고, 관객들 모두 즐거워해주셔서 다행이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손님들이 퇴장하자마자 감상을 나눌 새도 없이 함께 치우기 시작했다. 대략 두시 반쯤 점심을 먹는 것 같았는데 나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다.
종달항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우도에서 들어온 배를 바라보며, '참, 삶이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제주에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첫날이라 정신없고 땀나고 그렇지만 보람찬 순간들이 지나갔다. 잠시 가리라는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제이드가 사기증진 목적으로 카페에 데려가줬다. 조옹달리?라는 이름의 카페였는데 사실 그때까지도 멍해서 커피 맛도 잘 못 느꼈다.
세시 오십 분쯤 오후 공연을 준비했고, 아직 순서가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그래도 오전처럼 일을 했다. 저녁 공연은 다행히 문제없이 진행되었고 나는 손님맞이부터 식사 준비까지 무사히 해냈다. 부어커로 인사도 드렸는데 꽤 기분이 좋았다.
일곱 시 반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어둠이 채 찾아오지 않은 종달리는 고요했다. 소라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목소리가 밝아 보여 좋다고 했다. 그래, 오늘 하루지만 느낀 게 참 많았다. 잠깐 찾아와 주신 대표님과 부대표님, 그리고 경영지원 총괄을 맡고 계신 로빈까지 잠깐이지만 봬서 좋았고. 배우들의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음에 감동을 받았다.
집에 오니 여덟 시 반, 하나밖에 없는 긴 유니폼은 바로 빨래를 돌렸고, 규한이와 엄마랑 잠시 잠깐 통화하다 보니 아홉 시가 훌쩍, 씻고 나오니 열 시. 졸리다.. 언젠간 이 감상도 새록새록 추억일 날이 오겠지. 이번엔 꼭 2년을 채우리다-
안나의 새로운 도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