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잠시 정신을 놓았다 단 몇 초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스물아홉 해 그날
나는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 시간, 나를 낳아준 엄마는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생하지 못했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일상에서 멀어진 공간으로 이동하며
소리 없이 울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아무도 없던 그곳에선
마구 터져 나올 줄 알았던 울음이 달아났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꽁꽁 묶여있던 끈이 풀려버렸다
고여있던 어둠이 흘러나갔다 그리고는
느낌 없는 슬픔이, 아쉬움이, 나를 짓눌렀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서른도 안 된 내가
엄마를 대신해야 할 것들로 머리는 옥죄어왔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없어졌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오자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