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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그리고 로리의 말 말 말
로리의 언어
기록하기 힘들어
by
혜솔
Dec 25. 2024
며칠 전 아이가 물었다.
"할머니~ 탄핵이 뭐죠?"
대통령이라는 자리부터 알려줘야 했다. 두 살짜리 아기한테 구구절절은 좀 그렇고...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푸르고 좋게 만드는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로리는 대한민국이 우리나라임을 안다-푸른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해서 야단치는 중이라고 했다.
야단맞은 대통령은 하던 일은 그만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저리 가! 하는 거예요?" 하고 자기 눈높이에서 해석을 했었다.
그래, 저리 가!라고 외치는 거야.
이 질문을 계기로 로리의 언어발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질문도 많다. 그런 시기임을 감안해도 로리는 일단 말을 많이 한다.
수다쟁이와는 좀 다른, 내뱉는 말의 종류가 좀 풍부하다고 할까?
나는 감성적인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는 편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관심사가 변화하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자동차나 중장비에서 공룡으로, 공룡에서 로봇으로 그렇게 옮겨간다.
그래서 보는 책도 그런 책들이 많아진다. 로리도 요즘 중장비에 빠져있다.
미디어는 보여주지 않지만 그림책으로 나와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감성 동화가 우선이다. 그리고 로리도 우선적으로 동화책을 좋아한다.
감성 동화나 환경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다 보니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빨랐고 문해력도 생겼다.
동화 대사를 실 생활에
접목해서 표현하는 등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다.
로리의 언어 발달은 빠르다 못해 원래 그랬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새로운 표현이나 예쁜 말을 하면 녹음을 하거나 기록하려 해도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29개월이 된 로리를 보며, 이 시기에 알맞은 언어 발달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지만
정작 로리의 언어 세계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로리의 언어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몸짓으로 시작한 첫돌 무렵의 소통, 대부분 단어들을 율동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세 단어를 거쳐 문장으로, 두 돌 무렵엔 두, 세 문장을 이어
자기만의 이야기를 노래로 확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복잡한 사회 현상까지
아이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결은 아마도 독서일 것이다. 하루에 읽어주는 책이 30권 정도(엄마, 아빠, 할머니, 주어진 시간을 활용)
혼자 보는 그림책은 그보다 더 많다.
처음엔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고,
생활동화를 읽어주며 사고력을 키웠다.
특히 존댓말 사용을 강조했던 것이 로리의 언어 예절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로리의 표현력은 특히 감정을 나타내는 데 두드러진다.
형용사와 부사를 적절히 사용해 자신의 기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빠른 발달로 인해 가족들은 때때로 로리를 실제 나이보다 더
큰 아이처럼 대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아이의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정서적, 인지적으로도 더 성숙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종종 잊어버린다.
아이는 아이다 세 살도 안된...
오늘 도서관에서 귀가하는 길이었다. 딴짓을 하고 따라오지 않기에
"로리 혼자 놀다가 집 찾아와! 할 수 있어? 할머니 먼저 갈게" 하고는 빠르게 걸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좋을 거 같아." 하더니 거리가 좀 생기자 통통통 뛰어 오며 소리를 지른다.
"할머니! 혼자 가지 마시오! 할머니~거기 서시오!" 아기의 목소리로 어울리지 않는
이건 또 어디서 나온 말투인가, 웃음이 나와서 뒤 돌아보니 로리도 웃는다.
로리의 언어 발달은 단순히 말을 배우는 과정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여정이니까.
어렵고 어렵지만 우린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아이와의 소통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종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나로서는 한계가 어디일지
하루하루가 숙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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