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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보이는 병실

할머니 아파서 죄송해요

by 혜솔

로리의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다.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었지만, 밤이면 여전히 열이 올랐다.

며칠이 지나도 기침과 콧물이 줄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소도시에 살다 보니 큰 병원이나 아동전문병원이 없어 밤마다 불안했다.

결국 1시간 거리의 인근 도시 아동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폐렴 초기 증세라 열이 잡힐 때까지는 병원에 있어야 했다.


1인실 병실의 넓은 창문으로 기찻길이 보였다. 로리는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즐겁게 소리쳤다.

"할머니, 저게 고속열차예요?" 아픈 것도 잊은 채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손등에 수액 바늘을 꽂고 휠체어를 타고 병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자고 한다.

"할머니 여기에 도서관이 있어요. 책 읽어 주세요~"

작은 휴게실안에 어린이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로리. 나도 비슷한 증세로 지쳐있었지만, 로리의 해맑은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전래 동화책 한 권, 영어 동화 한 권, 자동차 그림책 두 권을 읽었는데 또 몇 권을 뽑아 읽으라고 한다.

"로리야, 할머니도 목이 아파서 힘들어~ 조금 있으면 엄마가 오시니까 엄마한테 읽어 달라고 하자"

로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 권만 더 읽어 달라고 윙크를 하는 로리.

마지막으로 딱 한 권만! 하고는 대충 이야기를 만들어 읽는 척했다.

책을 덮고 나니 기침이 나왔다.

"할머니~ 왜 감기 걸렸어요?"

"로리가 열나고 기침하고 콧물 나고 아프니까 할머니도 아프잖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사실 그렇기도 하니까 한 말이었다. 그런데 로리는 눈을 찌푸리고 입을 삐죽거린다.

"할머니 죄송해요, 로리가 아파서 죄송해요~"


그 순수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이 시간도 로리와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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