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선거유세를 들으며
세 살 난 손자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호젓한 시간을 담기 위해 천천히 길을 걷는다
공원을 돌아 논밭을 끼고
나만의 산책길로 들어서니
구름 낀 하늘과 초록으로 펼쳐진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폰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요즘은 음악을 들을 수가 없어
아침이 어둡다
'서러운 사람 눈물 닦아주는 정치'를 외치며
어느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그의 목소리
연설 도중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한다
흐린 하늘 구름 너머
그의 눈이 있는 것 같다
눈물 닦는 바람이
하늘을 가르고
들판 위로
서러움이 한 줄기 떨어진다
잿빛 하늘
오월 속에 안긴 서러운 사람들
눈물 닦아줄 정치는
어디서 시작될는지
붉게 피는 장미꽃을 지나며
서럽지 않으려 나는
푸른 밭길로 들어선다
#작가노트
호젓하고 고요한 산책길에서 음악이 아닌 선거유세를 듣는 날들입니다.
서러운 목소리로 외치는 어느 정치인의 모습이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하네요
일상과 사회적 현실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살짝 드러난 감정의 깊이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