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자리공이라는 독초

by 혜솔

줄기는 핏줄처럼 붉게 솟아
가을볕에 번쩍인다


포도송이 같은 얼굴로
연둣빛을 안고 검붉게 익어가는

자리공


무엇을 지키려고

숨기지도 못하는 독성을 드러내며

매달려 있는 걸까


새의 부리도, 벌레의 발도
감히 닿지 못하는

독한 열매의 당당함에

바람도 모르는 척 스쳐 간다


살아남으려 독을 품고

꼿꼿하게 뻗어

가을마저 삼키는

어둠의 불꽃



#작가노트

자리공은 생태계의 교란종이자 독초이지만, 그 독성은 누군가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아닐까.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는 붉음 속에서, 나는 끝내 살아남으려는 생의 불꽃을 본 것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