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가 뭐야?

모든 사물에 꽂히는 단어 '도구'

by 혜솔

로리는 요즘 “도구가 뭐야?”라는 말을 자주 건넨다. 그림책 한 페이지에서 만난 단어 하나가 로리의 하루를 붙잡아 두었다.
'일을 하는 데 쓰는 물건'이라고 설명하자, 집 안의 사물들이 줄줄이 호명된다. 의자도, 숟가락도, 빗자루도, 칫솔과 얼굴에 바르는 로숀까지...
“이것도 도구야?” 라고 묻는다.


질문은 꼬리를 물고, 하루가 그 질문에 이끌려 빠르게 흘러간다.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데 동시에 조금 피곤해진다. 그러나 그 단어를 오래 붙들고 있다 보니 생각의 뜻이 넓어진다. 도구는 손에 쥐는 것만이 아니다. 시간을 재는 시계, 빛을 모으는 창, 말을 건네는 책,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온 거의 모든 것이 도구였다.

인간은 늘 부족했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렇게 태어난 물건들은 편의를 넘어 생존이 되었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아이의 질문은 사소한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오래된 방식과 닿아 있다.
무엇이 필요했고, 왜 만들었는가.
그리고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는가.

도구를 묻는 하루 끝에서 이런 생각에 이른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참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도구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묻고, 살피고, 다시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것.


로리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질문 덕분에 사물들은 다시 이름을 얻고, 익숙한 하루는 조금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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