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덜 실망하기 위한 준비랄까
오늘부로 이직 인터뷰를 한지 딱 31일째가 되었다.
4-6주 사이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신문물이라고 해봤자 Chat GPT와 Gemini지만 어찌 되었든 닥치는 대로 검색하고 알아본 결과, 4주 이상이 넘어가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생성형 AI가 무엇을 알까.. 하지만, 그런 볼멘소리도 '매시브(Massive) 낙담'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섰다. 낙담을 쓰나미급으로 당하기보다는 그래도 대비를 하는 게 그나마 내가 덜 다칠 수 있을 거 같아서, 낙담을 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기대가 매우 컸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기대 안 하는 스타일인데, 내가 갇혀있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그런지, 벗어나고 싶은 몸무림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 상황에서 기대라도 안 하면 힘들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2025년 6월 27일에 서류를 넣고, 8월 20일에 서류심사 통과와 시험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8월 30일에 시험을 보았고, 9월 30일에 면접심사를 하라고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10월 13일 인터뷰. 나는 나름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김칫국을 사발채로 들이켰다보다. 많이 체한 느낌이다.
아직도 미련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는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0.00000001%의 기대는 있는데, 이마저도 짓밟아버려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싶다. "그냥 이번엔 아닌가 보다. 다른 곳을 알아봐야지." 이렇게 말이다. 이성적으로는 이런 마음이 매우 큰데, 참 사람의 마음이란 하루에도 몇 번씩 뒤숭생숭하고, 변덕이 심해서 나도 나를 간수하기가 힘들다. 매일같이 미련하게 아무 소식도 없는 이메일함을 뒤적거리며 괜히 마음에 생채기를 만들기보다 결과가 좋지 못할 것을 대비하는 것이 맞겠지?
지난 4개월여의 준비기간이 마치 짝사랑 같았다. 뉴스에서나 나오는 그 기관에 서류를 넣었고, 기대도 안 했는데, 2차 그리고 3차의 과정을 겪다 보니 내가 욕심이 컸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이 직업 정말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이거 완전 네가 딱인데."라고 치켜세웠지만, 내가 이 기관에 서류를 넣고 진행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아는 지인은 딱 한 명이다. 그 어떤 징크스도 만들지 않으려고, 그렇게 미신을 싫어하는 쿨한 인간인체 지냈지만, 하루에도 '행운'을 상징하는 또는 '불운'을 상징하는 것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면 얼마나 그것들을 찾아봤는지 모른다.
마치 '그가 날 사랑하는가, 아닌가'를 이파리를 뜯으면서 자기위안하는 이파리 점을 틈만 나면 하는 소녀처럼,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을 '내가 이곳에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못 갈까?'를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가족. 특히 남편은 예상질문 그리고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나와 여러 번 연습했고, '법학도'로서의 과거 장기를 발휘해 내가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상세하게 코칭을 해주었다.
어느 날에는 조카가 꿈에 나오고, 우리 집 창문에 새똥이 묻어있어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란 들뜸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내 앞을 가로질러 걷는 검은 고양이 때문에 풀이 죽었다. 일희일비란 이런 것인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드러났나? 내가 너무 교만했나? 뭐 여러모로 내 것이 아니고 내 길이 아니면 다 이유가 있는 법. 이제는 연락을 기다리지 말자. 기대는 더더욱 하지 말자. 이렇게 다짐해 본다.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굴 뽑은 거지?" 란 거만한 생각도 하긴 했지만, 이것은 못난이 같은 울분에 불과하다. 내가 아니어도 이 세상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운 역시 큰 작용을 한다. 나의 이력서가 객관적으로 훌륭한들 그 기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선택될 일 없다.
그나마 지난 4개월 동안 전체 지원자 600명 가운데 소수에 들어 최종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연락은 없지만, 이제 기다림이 너무 지쳐서 갈수록 이 기다림에 내가 시들어가기엔 체력적으로 많이 부대낀다. 더 이상의 기대는 그만해야겠다는 그 결심을 지금 세우기 위해 이 글을 억지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