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고 말하는 게 부족해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20일 내내 지각을 해서 1시간 일찍 일어나기로 했는데, 적도의 하늘에 이렇게 회색빛인 것을 보는 게 놀라울 정도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는 나의 삶, 그러나 우울하다는 표현으로는 한 없이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잘 살고 있는 이곳에 사고파는 것에 대한 개념을 억지로 넣으면서부터 피지배인 들도 지배인들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무엇을 해도 이 역겨운 선민의식이 앞서는 나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다. 내가 뭐라고, 이 거대한 자연이 한없이 너그럽게 품어주는 적도의 섬에서 비아냥 거리는가.
매일 매연이 뿜어져나오는 블루버드 택시가 가장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용한다. 아무 권리도 없는 인간으로서 거리를 점령하는 주제에 막힌다고 답답하다고 또 불만과 아우성이다. 사는 게 나보다 물리적으로 불편한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할 줄 아는 게 불만과 비아냥 뿐인 미천한 인간이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을 보니 문득 불장난 같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순간들이 맺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헨드릭스 진을 마시는 법을 알려준 나쁜 놈 1명,
난해한 음악을 가득 담았지만 마음만은 순수했던 낭만 보이 1명,
그리고..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매부리 코의 그.
수없이도 같이 타고 다녔던 택시 안에서 금지된 손끝의 접촉으로 모든 상상을 동원하여 서로를 탐했다. 그리고 그 끝에 항상 눈동자 4개가 서로를 마주하면서 우리의 타이밍은 너무나 엉망이라고 그렇게 쓴웃음으로 꼼꼼하게 깍지를 꼈던 그 손을 매정하게 아프게 그리고 너무나도 슬프게 뿌리쳤다.
그러한 기억들이 빗방울로 전이되어 창가에 비춘다.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추어에도 없다. 아마 기억에서 완전히 지웠을 테니. 주홍글씨 마냥.
나의 맺지 못한 서사들이 줄줄이 빗방울이 되어 블루버드 창문에서 맺히니 마치 내 두 눈에 뿜어져 나오지 못한 눈물과도 같다.
그래서 너무 우울하고 슬프다.
마음이 한없이 구덩이를 파도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메마른 땅처럼 나의 마음은 뿌리까지 메마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나는 살 이유와 가치가 있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