想이 떠오르지 않는다.
거의 3주간 휴가를 보냈다.
자카르타를 벗어나 업무 관련 메시지도 전면 차단하고 지내니 자연스레 답답함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과 벗 삼아 거의 매일같이 등산을 하고, 언덕길을 오르면서 등줄기에 땀이 조르륵 흐르는 것을 보상처럼 받아들였다.
한층 더 무더운 쿠알라룸푸르의 숲 속 공기가 오랜 기간 쪄야 속까지 푹 있는 만두처럼 그렇게 내 안의 설익은 만두를 천천히 익혔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마음이 편하고, 잠도 잘 자니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이러한 '아무렇지 않음'이 지속되길 바라면서도 한 구석에서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들이 지속이 되니, 불안해지고,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또다시 잠을 못 자게 되었다.
이상한 인간 같으니.
그렇다. 이렇게 타자기에 열손가락을 올려놓고 마음대로 춤추게 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자를 마치 그림처럼 보고, 눈과 머릿속 회로가 완전히 끊긴듯한 그런 기분. 도저히 무엇을 해도 입력이 되지 않으니 출력이 안 되는 것처럼 그렇게 육체적으로 편안하고, 정신적으로 이유 없는 고통을 느끼는 게 힘들었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니 영감이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애꿎은 머리만 잡아당기고, 결국 끝이 갈라지 머리카락을 가위로 사정없이 잘라내기 시작한다. 초점이 사라진 눈동자였을 때가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가? 한결 가벼운 마음이지만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서 이상한 허기를 느낀다.
영감이 고갈되지 왠지 나의 존재적 삶이 끝이 나버린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고, 새로운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아니한 이런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이상한 알쏭달쏭함 속에서 후련하지 못한 불편함을 느낀다. 이것도 삶의 한 부분이겠거니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