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1주차
11주가 되었다. 12주 목덜미 투명대 초음파 검사(NT)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하루 만에 초음파로목투명대 두께도 검사하고, 피검사도 끝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초음파를 보는 센터와 피검사를 할 수 있는 임상검사소(Lab)가 별도기 때문에 따로따로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음파 검사 최소 3일 전까지는 피검사를 해야만, 초음파 검사 전에 내 헬스케어 정보로 피검사 결과가 등록되어서, 초음파를 보자마자 의사소견을 얻을 수 있다기에 7일 전인 오늘(2021년 9월 21일) 미리미리 다녀왔다. 장소는 지난번 임신 준비 때 피검사를 하러 다녀온 랩. 지난번에도 walk-in으로 8시쯤 갔다가 50분 넘게 기다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예약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비드19 때문인지 예약이 두 달은 꽉 차 있었다. 결국, 이번에도 워크인으로 찾아가게 되는데….
역시나 임상검사소 워크인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왜 이 나라는 이렇게 효율성 떨어지게 병원을 운영하는 걸까. 이번에는 꼭 에어팟을 들고 와서 동영상이라도 보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또 깜빡했다. 9시 18분에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10시 3분에 입장할 수 있었고, 안에서도 계속 대기하다가 10시 20분이 되어서야 피를 뽑을 수 있었다. 그나마 나는 입덧이 과격한 편이 아닌데도 야외에서 줄 서 있기가 힘들었는데, 입덧 심한 사람들은 어떻게 한 시간씩 서서 기다린담.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근데 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분들이라 입도 뻥끗 못 했다.
분명 지난번에 왔을 땐 직원분들이 다 너무 친절해서 이번에도 이곳으로 온 거였는데, 이번엔 다들 너무 불친절했다. 석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몇 번 방으로 가라는 종이를 들고 눈 크게 뜨고 날 쳐다보길래, 나한테 가라는 건지 뭔지 몰라서 “Should I?” 하니까 “Go!”라고 ㅠ 아이고 무서워라. 무서워서 애 떨어지겠어요. 피 뽑아주는 직원도 영어 억양이 너무 달라서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다. 피를 여섯 통이나 뽑고 소변검사도 두 통을 따로따로 주면서 알아듣게 설명도 안 해줬다. 내가 진짜 웬만하면 이제 병원 자주 다녀서 눈치껏 알아듣는 척이라도 하겠는데 이번엔 정말 심했다. 피를 뽑으면서도 어찌나 요란스럽게 뽑던지 살면서 처음으로 주사가 괴롭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나는 어릴 때 오빠만 주사 맞으러 병원 가면 나도 맞게 해달라고 울던 아이였다. 그렇게 주사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헌혈도 스무 번 가까이 해봤는데 이렇게 아픈 척은 난생처음이었다. 소변검사 통도 두 개 주면서 하나는 봉투에 담아주고 하나는 따로 주고, 개중 하나는 어디까지 채우라고 표시해주고 하나는 안 해주는데 내가 한 번 더 물어보려 치면 너무 짜증을 내서 그냥 화장실로 직행했다. 아 나도 몰라 이제, 내가 뭐 잘못하면 병원에서 다시 연락 주겠지, 뭐. 이런 생각과 함께 포기상태. 소변 검사도 두 통이나 있을지 모르고 집에서 출발 전에 화장실을 들렀다 오는 바람에 그냥 대충 조금씩만 담아서 제출해버렸다. 부족하면 다시 하러 오라고 전화하겠지 뭐. 에라이. 제대로 안내도 안 해주고 진짜 나빠. 두 번 다시 피 뽑으러 여기 오는 일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