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되어 달리기
러닝을 할 때 오늘은 몇 km를 뛰어야지,
페이스는 몇 분 찍어야지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대신 신발을 신으며 단 한 가지의 마음을 생생하게 품어본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이란 말처럼
아침마다 이 도시에 3일만 머무르다 떠난다!
라고 마음을 세팅한다.
매일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도
이 상황극에 실감 나게 감정이입해
당장 내일 떠난다고 생각하면
지금 뛰러 나가는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더없이 소중한 순간이 된다.
(NF 력이 끝판왕이기에 이런 상상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 나가서 뛰다 보면
날씨, 풍경, 간판, 사람들 하나하나
모든 감각을 느끼며 달리게 된다.
힘이 들 땐 걷기만 해도 좋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지금, 여기'
현재에 몰입할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뛰게 된 계기는
혼자 뉴욕 여행을 갔을 때였다.
괜히 아침에 센트럴 파크 한번쯤 러닝 해야지~
라는 마음이었지만
2주간 단 한 번도 아침에 러닝 하는 일은 없었다.
고된 여행일정에 매번 다음으로 미루다 출국 전 마지막날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마지막 날이 되어셔야 뛰러 나갔다.
숙소에서 센트럴파크까지 꽤 거리가 되는데도
공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달리던 순간,
높은 돌에 올라가 앉아 멍 때리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생생히 느껴진다.
뉴욕 여행을 하며 재즈바, 뮤지컬, 맛집, 쇼핑
정말 즐겁고 도파민이 싹 도는 일들이 많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단연코 센트럴파크에서 혼자 여행을 마무리하던 순간이겠다.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은 결정적 순간이었다.
내가 매일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날에도
달려 나간 거리만큼은
정말로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못해내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싫어질 때면 달린다.
그리고 외친다.
“내가 해냄!”
일단 신발만 신어보자 라는 마음.
그다음은 일단, 1층까지만 찍고 다시 올라오자.
기립이 목표일 정도로 우울이 한참 나를 삼켰을 때는
정말 1층까지만 찍고 올라오기를 반복한 순간도 많다.
그다음은 일단, 3분만 뛰자.
좋아하는 음악 딱 1곡 길이만 뛰고 오자고 맘을 먹는다.
점차 늘려가 익숙해진 요즈음엔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가량 매일 뛰고 있다.
러닝이 유행이 된 요즘
나는 유명한 러닝화도 러닝복도 없다.
러닝 크루에 들어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저 런데이라는 어플을 써서 하루하루 달리고 기록의 도장을 찍는다.
달성하고 싶은 기록도 없다.
달성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로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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