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금은 익숙한 이 감정이 시시때때로 나를 적신다.
아주 오랫동안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누구든 나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걸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그 모습을 힐끗 보기만 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없었다. 도서관을 다 뒤져도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지만 수술도 하지 않고 병원도 다니지 않는 사람,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신의 뜻을 찾아 헤매는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은 거대한 초월적, 철학적 얘기를 했다. 일상의 고통과 슬픔을 느끼긴 하는 걸까 의문이 드는 철인 같은 모습이었다. 책을 보다 문득 스스로가 떠오르면 더욱 초라했다. (생각해 보건대 그들의 평범한 일상 같은 건 소위 팔리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내가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너와 똑같은 사람이 행복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너는 꼭 이렇게 살게 된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