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람을 맞는 가을
더위라고 찾아볼 수 없는 날씨가 되어서야 펜을 들었다. 여름 내내 집안에 머물렀다. 숨차지 않도록 온습도를 맞춰놓은 집. 안에서 바라보는 밖은 고요하고 밝았다. 햇빛이 끝없이 쏟아지는 환한 여름날을 창밖에 전시해 두고 보았다. 잠깐 감옥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얗고 쾌적한 이곳에서 덥고 시끄러운 저곳을 부러워했다.
내내 시원했던 여름이 고요하게 지나갔다. 가을이 오고 집 밖으로 나왔다. 대기가 움직이는 진짜 바람을 맞으며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