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서 성덕이 된 사연
“내가 살면서 언제 또 MBC에 방문해 보겠어.”
시상식 장소로 향하던 도중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다. (이전 글을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난 10월, 나는 ‘제28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이라는 공모전에서 운이 좋게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수상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엔 믿기지 않아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살았다. 시상식은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에 MBC 방송국에서 진행되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렸지만, 엄마는 시상식에 참여하겠다며 그날만큼은 일까지 중간에 멈추고 나와 동행했다.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우리 엄마도 방송국 나들이를 한다는 생각에 나만큼이나 신이 났던 것 같다.
방송국들이 즐비한 광장에 막 들어섰을 때 어딘가 익숙한 조형물과 마주했다. 몸이 시퍼런 두 사람의 검지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찰나의 순간을 담은 그것이었다. 마치 영화 <ET>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은 내가 방송국 근처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ET보다는 천지창조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평소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즐겨보던 우리 엄마는 로비에 있던 마스코트 윌슨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포즈 디렉팅을 해 주는 동시에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던가. 우리 모녀는 그렇게 방송국 나들이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는 흔히 ‘무도 키즈’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한도전을 비롯한 온갖 텔레비전 방영 예능 프로그램을 전부 섭렵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무한도전이나 런닝맨과 같은 예능 이야기로 물꼬를 텄다. 너네 저번 주 무한도전 봤어? 박명수 진짜 웃기지 않냐. 그렇게 우리는 10대 청소년 나름의 월요병을 이겨냈다. 한때 나는 방송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방송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상을 받으러 MBC 방송국에 와 있다니. 내 키의 몇십 배에 달하는 높이의 방송국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스스로 성덕이라 여겼다.
시상식이 진행된 장소는 ‘자선경매쇼 무도드림’ 편에서 경매가 진행됐던 그 공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는데, 시상식이 다 끝날 때쯤 그 공간이 자선 경매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장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사는 축하사, 시상, 수상자 소감 발표, 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수상자들이 다 같이 앞 단상으로 나와 사진을 찍을 때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이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묘한 느낌이었다. 십오 년 전, 거실에서 텔레비전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초집중하던 초등학생이 방송국에서 방송 비평문으로 상을 받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까이서 텔레비전을 보면 눈 나빠진다며 잔소리하시던 외할머니도 아마 하늘나라에서 손녀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계셨을 것이다
수상자들을 위해 마련된 선물에는 나의 작품이 수록된 비평집은 물론이거니와 무한도전의 2026 캘린더도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종영한 지 햇수로 8년이나 된 방송인데, 2026년 캘린더 굿즈가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라니. 문득 문예창작과 학부생이자 작가 지망생으로서 나도 <무한도전> 같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또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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