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다녀오다
벌써 2026년의 1월이 절반이나 지나갔지만, 뒤늦게나마 2025년을 회고하며 2025년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잘한 일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덕질 측면에서 봤을 때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일은 내 오랜 가수의 콘서트에 간 일이다. 누군가는 ‘고작 그런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작년에 있었던 일 중 가장 심적으로 충만한 경험을 선사해 준 큰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콘서트에 가기로 결심한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랜만에 다시 그 가수의 무대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새벽 4시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 휴학한 지 얼마 안 됐을 시기라 밤낮이 한창 바뀌었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하릴없이 핸드폰 스크롤만 내리던 중 우연히 내가 학창 시절 미친 듯이 좋아하던 가수의 15주년 콘서트, 그것도 마지막 공연날 엔딩 멘트가 담긴 영상과 마주했다. 안 그래도 새벽 감성이 한껏 차오른 시간대에 콘서트 막공 소감 영상이라니. 나는 처음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잠든 부모님 몰래 숨죽여 오열했다. 그렇게 재입덕 아닌 재입덕을 하고 말았다. (사실 탈덕한 적이 없으니 재입덕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뭐하지만 아무튼) 성인도 됐겠다. 휴학하고 시간도 넘쳐나겠다. 돈 없고 시간 없어 서러웠던 10대 시절을 지나 20대가 되었기에 나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다행히도 내가 재입덕을 하고 난 후 앵콜 콘서트가 열렸다. 앵콜 콘서트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라는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비록 내가 사는 곳과는 멀리 떨어진 장소였지만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티켓팅까지 참전했다. 티켓팅 당일에는 아무런 표도 구하지 못했으나… 다행히도 콘서트 시작 약 일주일 전쯤에 가까스로 취소표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콘서트 당일, 서울에서 인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랜 시간을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콘서트는 거의 5~6년 만에 보러 가는 거라 잔뜩 긴장한 채로 입장했다. 사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내 가수가 등장한 순간까지도 믿기지 않았다. 현실 감각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매 무대가 시작될 때마다 ‘내가 지금 이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온 게 맞다고?’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1막이 끝나고 콘서트의 중간 VCR이 흘러나왔다. 이때 나는 말 그대로 오열하고 말았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멈출 방도가 없었다. 처음에는 애써 옷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틀어막으려고 애썼는데, 나중에는 그냥 벅찬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마 옆 사람이 당시 내 얼굴을 봤더라면, 피식-하고 웃었을지도 모른다) 평생 잊지 못할 참 소중한 순간이다. 그날의 콘서트는 단순히 ‘최애 가수의 콘서트 관람’에 머무는 것이 아닌, ‘내 지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일’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학창 시절을 이 가수와 함께 보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이번 콘서트를 다녀와서 깨닫게 된 점은 앞으로 남은 내 청춘도 이 가수와 함께 할 거라는 사실이다. 우연히 ‘누군가의 청춘이기도, 학창 시절이기도 한 이 팀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한 한 멤버의 인터뷰 내용을 봤다. 내 불완전했던 10대 시절을 외롭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끔 늘 곁에 있어준 가수에게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감사함을 표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록 막차는 끊기고 비도 왔지만 벅차오를 만큼 행복했던 감정을 참 오랜만에 느꼈기에 마음만은 충만했다.
#2025 #2025년 #덕질 #가수 #아이돌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