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지의 서울> 덕분에 공모전 수상을 하다
학교를 1년 쉬기로 결심했지만 나는 그다지 생산성 있는 휴학생이 되지 못했다.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떨어졌으며, 합격 연락이 온 아르바이트도 며칠 뒤에 정중히 거절했다. 나의 진로와 더 가까운 일을 하고 싶다는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이러한 나의 욕심이 허황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록 부모님의 집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돈을 벌어서 나름의 경제적 독립이라도 하려고 했던 나의 목표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최종 면접까지 갔는지 모를 한 유니콘 기업의 인턴 합격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탈락 메일을 받았을 때도 아무런 실망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상심했을 거라 예상하고 건넨 메일 속 건조한 텍스트를 보며 팔자 좋은 미소를 지을 정도였으니. 두 번째 지원 만에 최종 면접까지 간 거면 조만간 합격 연락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이후 지원한 모든 인턴 공고에서는 보란 듯이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나의 올해 가장 큰 목표였던 인턴 경험이 상반기 취준 시즌의 마무리와 동시에 소리 없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나의 첫 휴학의 해인 2025년 상반기가 흘러가고 있을 때 운명처럼 <미지의 서울>을 만났다. <미지의 서울>의 주인공인 미지는 대한민국 사회가 흔히 일컫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채 시골에 있는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학교 청소부를 비롯한 마을 여러 일을 도맡아 하며 안정적인 돈벌이와는 조금 거리가 먼 삶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지의 쌍둥이 언니인 미래는 남들이 다 우러러보는 서울의 한 공기업에 취업했다. 우리나라가 만든 정상의 기준에 따랐을 때 부족할 거 하나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미래는 여러 번 흔들리고 이따금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드라마는 그런 미지와 미래가 일정 기간 서로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는 핵심 사건 촉발로 인해 시작된다.
이 작품을 보며 어떤 날은 미지에게서, 또 다른 어떤 날은 미래에게서 나의 어설픈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라마 속 모든 주인공이 남들에게 내세워도 부끄러울 거 없는, 빈틈이 부재한 영웅적 면모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는 인물의 공허한 여백과 어설프면서도 서투른 처음에 공감하며 자신과의 공통점을 만든다. 일단 시청자가 주인공에게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됐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감만 하고 끝난다면 좋은 드라마 후기 한 편 정도는 나올 수 있겠으나 좋은 비평문이 탄생하기엔 조금 어렵다. 비평문이 탄생하려면 이 작품의 어떤 점이 좋았고 또 별로였는지, 이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매 회차 <미지의 서울>을 시청하며 혼자 메모장에 휘갈긴 나의 생각 덩어리들, 즉 과몰입 주접글(?)이 비평문을 작성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인생 작품의 비평문을 작성한다는 건 가히 조심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내가 감히 이 작품을 비평한다고?’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비평가가 이 작품을 세밀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가 되어야만 한다는 마인드도 공존한다. 결국 나는 후자의 판단을 안고 <미지의 서울> 비평문을 작성하여 공모전에 기고했다. 공모전에 내 글을 출품한 건 올해 잘한 일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앞으로 <미지의 서울> 같은, 다정하고 따수운 드라마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미지의서울 #휴학 #휴학생 #tvN #tvN드라마 #한국드라마 #인생드라마 드라마 #대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