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지의 서울> 덕분에 공모전 수상을 하다
‘귀하의 공모전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조금 쌀쌀해진 날씨 탓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야만 했던 10월의 어느 날,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폰을 집어 들자마자 나는 습관적으로 메일함에 접속했다. 메일함 확인은 나의 기상 루틴 중 하나였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나의 메일함’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공모전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제목의 메일 한 통이 와 있는 게 아닌가. 그걸 보자마자 나는 한순간에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순간 나는 9월 초에 마감이었던 한 공모전을 떠올렸다.
공모전의 정확한 명칭은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이었다. 말 그대로 장르 상관없이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정해서 그에 대한 비평문을 작성하여 출품하면 되는 공모전이었다. 공모전 공지 글을 보고 나는 문예창작과 전공 수업 시간에 어깨너머로 배운 비평 글쓰기가 떠올랐다. 언제부터 내가 비평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제 마감 몇 시간 전에 부리나케 작성한 비평문이 A+를 받았을 때부터 비평 장르에 처음 흥미를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 이후부터 다양한 장르의 비평문을 찾아 읽었다. 특히 씨네21의 기사 카테고리 안에 있는 비평 글들을 항상 챙겨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비평문 속 어려운 텍스트를 읽는 나’에 취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비평문을 읽으며 공감되는 포인트가 생기면 내가 그 글을 작성한 비평가라도 되는 것마냥 우쭐댔다. 비평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시민 평론가로서 꾸준히 블로그에 작품 후기를 써서 올리던 사람이었기에 이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라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미지의 서울>은 정주행을 마친 날, 곧바로 나의 인생 드라마가 됐다. 꽤 오래전부터 내 인생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미생>을 가볍게 밀어내고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 작품은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드라마였다. <미지의 서울>이라면 내가 비평문을 쓰기에 적합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 비평 대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나에겐 참 과분한 드라마다.
내 삶은 이렇게나 복잡하게 꼬여있는데,
타인의 삶은 참 단순하고 쉬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저 외모였으면, 저 조건이었으면, 저 성격이었으면…
인생이 지금보단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막상 누군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아픔과 고난을 가진,
그저 행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사랑과 연민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에게는 어떨까요.
그동안 어떤 아픔과 고난을 안고 살아왔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남에게는 들이대지 않을 가혹한 잣대로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미워하고 있지는 않나요?
미지의 서울은 서로 인생을 바꿔 살아보며
내 자리에서 보이던 것만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사랑스러운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다른 이의 삶을 마음 깊이 이해하는 다정함과
더 나아가 나의 삶도 너그럽게 다독일 수 있는
따뜻한 연민을 권하고자 합니다.
<미지의 서울>이라는 작품의 정주행을 결심하게 된 건 바로 기획 의도 덕분이었다. 이 작품은 방영 당시 박보영 배우의 연기 차력쇼, 즉 실감 나는 1인 2역 연기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박보영 배우의 열연만큼이나 X에서 화제를 모았던 건 바로 이 기획 의도다. 몇 줄 안 되는 글로 과몰입 오타쿠의 가슴을 찌르르 울리다니. 일단 이것만으로도 합격이다. 긴 호흡의 장편 시리즈물을 안 본 지 오래돼서 조금 두렵긴 했지만 갓드라는 사람들의 후기를 믿고 그렇게 1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역시 사람들이 칭찬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나는 하루에 한 회차만 시청하자는 결심을 깰 수밖에 없었다. 하루 만에 정주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절제력이 기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때는 아마 상상도 못했겠지. 내가 이 드라마의 과몰입 비평문을 작성하고 그걸로 공모전 수상까지 하게 될 거라고는.
*<미지의 서울> 과몰입 이야기와 공모전 수상 후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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