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일 맞이 기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 나는 생일맞이 기부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어쩌다 생일에 기부를 하게 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잠시 멈칫할 때가 있다. 사실 딱히 엄청난 이유나 큰 뜻이 있는 건 아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생일에 기부하는 게 내 오랜 버킷리스트 항목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타인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루며 살겠다고 결심한 후부터 ‘생일 기부’는 언제나 내 시선을 붙잡는 항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설렘보다 깊은 막막함이 앞섰고 그렇게 생일 기부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렇게 스물두 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버킷리스트 속 ‘생일 기부’ 라는 항목과 다시 마주했고 이번에는 기필코 너를 이루리라 다짐했다.
포털 사이트에 ‘생일 기부’ 키워드를 처음 검색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례들과 비슷하게 진행할지 고민했는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기부는 이미 전부터 해 오던 거였기 때문에 생일에 기부하는 행위가 나에게는 큰 신선함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이렇게 될 경우 생일 기부는 평소 내던 금액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기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무언가 특별한 점이 필요했다. 나만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나의 생일맞이 특별한 이벤트 기획이 필요했다. 그렇게 떠올린 게 바로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테마 기부였다.
여기서 잠깐 내가 가장 애정하는 뮤지컬인 <컴 프롬 어웨이>에 대해 소개하겠다. <컴 프롬 어웨이>는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미국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이다. 9·11 테러 당시 원래 미국으로 착륙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불가피하게 캐나다에 있는 갠더 마을에 착륙하게 되었고, 비행기의 승객들과 갠더 마을 주민들이 서로 연대하며 고난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작품 안에서는 위기 상황에 처한 비행기 승객을 갠더 마을 주민들이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베풂이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미국 공연 프로덕션 팀은 이 작품과 관련한 각종 기부 프로그램 및 봉사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나의 기부 취지와 작품의 방향성도 잘 맞는 것으로 판단하여 <컴 프롬 어웨이>를 영광스러운 나의 첫 기부 프로젝트 선정작으로 결정했다.
기왕 하는 김에 잘하고 싶었다. 직접 홍보 포스터 및 모금 양식을 제작하여 SNS에 공유했다. 기부 이벤트에 오래전부터 애정해 오던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는 이러한 방식은 내가 봐도 마음에 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뿌듯했지만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속으로 삼켰다. 이제 내가 만든 홍보물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기만 하면 됐다. 평소 극내향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나는 사실 이 과정이 제일 험난하게 느껴졌다. 남의 생일도 아닌 내 생일을 알리는 게시물을 직접 올리라니. 그 당시 내 인스타그램 계정 피드에는 게시물이 한 개밖에 올라가 있지 않았으며, 그 게시물 속 사진에서도 내 얼굴은 확대해서 봐야만 자세히 보일 정도로 작았다. 그런 내가 대대적으로 내 생일을 알리는 홍보글을 올려야 한다고?
기부 공지를 업로드하기도 전부터 나는 나의 감정보다는 지인들의 반응을 먼저 상상하며 걱정했다.
나보다 타인의 감정이 우선시되는 순간이었다. 순간 ‘하지 말까’하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특별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싶다고. 특별한 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특별한 움직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은 나의 중심을 잘 잡고 내가 타인으로부터 밀려나지 않는, 그런 인생이었다.
나는 움직였고 그렇게 나의 인생 첫 생일 기념 기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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