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인생 처음으로 생일 기부 프로젝트를 하다 #2

제 생일 맞이 기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by 안나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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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게시글과 이어집니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생일 기부 홍보 포스터를 업로드하고 난 후 나는 30분 정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일부러 확인하지 않은 쪽에 가깝다. 지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가장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어릴 적 소심한 성격의 아이콘이었던 내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걸까. 잠시 동안 지난 과거를 성찰하다가 시계를 봤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린 지 30분하고도 5분 정도 더 지나있었다.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휴대폰 알림 창을 확인했다. 내 예상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내 콘텐츠에 반응해 주었다. 그때 나는 내가 생각보다 관심받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무엇보다 나의 첫 번째 개인 프로젝트를 내가 가장 애정하는 최애 작품과 함께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했다. (몇십만 원이라는 나름 큰 액수의 돈이 움직이는 일이었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거의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나는 작품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믿는 편이다. 특히 작품을 관람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 순간을 좋아하고 또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영화나 연극·뮤지컬의 경우 극장 밖으로 나오고 난 후에도 그 충격이 가시질 않아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 공원을 배회하다가 귀가하곤 한다. 그러고선 늦은 새벽, 일기장에 나의 삶에 대한 성찰 글을 길게 늘어놓는다지.


나에게는 삶의 원동력과도 같은 '인생 작품'이 여럿 있다. 그런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컴 프롬 어웨이>라는 뮤지컬이다. <컴 프롬 어웨이>는 20대 초반, 내 삶의 꽤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멘토와도 같은 작품은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는 것만 같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만큼 이 작품을 깊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는 ‘고작 허구의 이야기에 왜 그렇게 과몰입하냐’라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허구면 아무렴 어떤가.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굳이 현실의 진실만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 좋은 영향으로 남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도 허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서 온전한 동시에 완전하다.


(다시 생일 기부 이야기로 돌아와서)

20일부터 내 생일로 가는 22일까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아서 조금 많이 부끄러웠다. 2년 전 제 생일 축하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마 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내 생일 기부 프로젝트가 사실 내 최애 뮤지컬인 <컴 프롬 어웨이>의 시놉시스와 포스터를 한 번이라도 더 노출해서 그들의 머리에 각인시키기 위한 내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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