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씨너스 : 죄인들> 관람도 곁들여서
혼자 공포 영화 하나 못 보면 그걸 씨네필이라고 부를 수가 있냐.
어느 날 친구가 스쳐 지나가듯 내뱉은 말이다. 물론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던진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이 말에 왠지 모를 자극을 받았다. 나는 특히 호러 장르에 약한 편이다. 학창 시절엔 담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유튜브에서 공포 게임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딱히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오히려 귀신에 대한 반감만 커졌다. 내 기억상으론 지금까지 살면서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를 본 경험은 딱 한 번 있었다. 내가 그 영화를 택한 건 공포 영화를 통해 호러 장르를 이겨내자는 저항심 따위가 아니었다. 당시 내가 좋아하던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이유, 단지 그뿐이었다.
절대 놀라지 않을 거라는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작은 동네 영화관에 울려 퍼진 내 비명은 7명 남짓했던 관객들이 전부 내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며 깔깔 웃기에 충분했다. (나는 아직도 당시 유난히 큰소리로 웃어댔던 남학생 무리를 잊지 못한다) 정작 자기는 쫄보라면서 걱정하던 동행인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놀란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나의 인생 첫 공포 영화 관람은 두려움보단 창피함이 더 크게 남았다.
그렇게 호러 장르는 나와 맞지 않다는 말로 n년간 호러 장르 영화관 관람을 미뤄오던 내가 자의로 택하게 된 작품이 있다. 바로 <씨너스:죄인들>이라는 영화다. 사실 이 작품은 여느 호러 장르 영화보다는 공포 요소가 적은 편이다. 간혹가다 점프스퀘어(*무언가가 튀어나와서 겁을 준다는 뜻으로, 쉽게 표현하자면 ‘갑툭튀’다)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려나.
자칭 ‘콘텐츠 덕후’로서 영화관에서 혼자 공포 영화 하나 보지 못한다는 건 조금 수치스러운 일이었으니까. 나는 견디기로 했다.
‘인생 첫 공포 영화 혼자 보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일단 목이 바싹바싹 탈 때마다 마실 물과 안정적으로 나의 눈을 가려줄 적당한 크기와 무게감의 담요(혹은 외투)가 필요했다. 나의 이러한 여정에는 홍대의 이름 모를 소품샵에서 구매한 만 원짜리 포뇨 인형도 함께했다. 한 손에 쥐고 보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찌부가 되는 포뇨 인형을 상상하면 그나마 마음이 덜 불안해진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덕분일까. 점프스퀘어가 영화 초반부에 몰려있다는 후기를 미리 보고 가서 그런지 내 예상보다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눈을 절반쯤 감고 본 덕도 있을 듯하다. 이번 도전으로 ‘영화관에서 혼자 공포 영화 보기’라는 나의 버킷리스트 항목을 하나 깨부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는 더 난도가 높은 호러 장르 영화에 도전해야지.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