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방탈출도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으로 승부 본다
“내가 과연 방탈출을 할 수 있을까? “
3년 전, 학교 동아리 언니들이 방탈출을 하러 가자고 제안했을 때 내가 그들에게 처음 한 말이 바로 이거였다. 언니들이 제안한 방탈출 테마는 무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공포 테마'였다. 자기 전 공포 라디오를 듣거나 시청자의 무서운 사연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시청하는 게 일상이었던 나는 조금 망설여졌다. 살면서 한 번쯤은 방탈출이라는 걸 경험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방탈출을 처음 경험한 이 시기는 이미 방탈출이 유행을 탄 지 꽤 됐을 때였다. 10~20대가 자주 모이는 핫플레이스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방탈출 카페는 코로나 시절에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더니 이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름 이야기를 공부한다는 사람이 방탈출도 한 번 경험 안 해 본 게 말이 되냐는 생각과 대학교 2학년의 무모함 그리고 패기가 뒤섞였고, 그렇게 나의 인생 첫 방탈출은 공포 테마가 되었다. 그렇게 방탈출을 한 날, 나는 내가 공포 콘텐츠를 멀리서 보는 건 좋아하나 가까이서 직접 체험할 땐 몸이 굳는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첫 방탈출 경험이 마냥 부정적으로만 다가오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때의 방탈출 경험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테마의 방탈출을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나의 이러한 방탈출 여정에 함께해 준 친구들에게 이 글을 빌어 소소한 고마움을 전한다) 방탈출은 온몸으로 감각하는 이야기다. 내 눈동자와 손가락만 일하면 되는 독서나 팔짱낀 채 앉아서 보기만 하는 영화나 공연과는 차원이 다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자물쇠를 풀 수 없고 방탈출에서 자물쇠를 풀지 못하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없다. 이야기가 있으면 그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전부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예창작과 학생으로서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잠겨있는 문을 열고 나가야만 했다.
물론 나 같은 초보 방탈출러를 위해 탈출을 돕는 힌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힌트는 경우에 따라서 무제한인 경우도 있고 그 사용 횟수가 제한될 때도 있다. 대부분의 방탈출의 경우 탈출 진행률이 80% 미만일 경우 방 테마의 전체 스토리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나는 문제가 막히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땐 힌트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방탈출의 숨겨진 반전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궁금한 사람이기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방탈출러의 유형이 나뉜다. 방탈출의 스토리 구성을 빨리 알아내고 싶은 이와 문제를 직접 풀고 싶은 이가 함께 방에 들어가게 됐을 때 성향이 안 맞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친구와 함께 방탈출을 즐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 이후 다양한 방탈출 체험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공포도 최강으로 손꼽히는 방(무려 살인마가 뒤에서 나를 쫓아오는…)도 탈출해 본 적도 있다. 방탈출은 나에게 있어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할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오로지 나의 상상으로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소설이나 조금의 거리감을 둔 채 인물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와는 달리 배경 속에 뛰어들어 내 속도대로 이야기를 흡수하는 방탈출은 색다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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