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할 줄 아는 삶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폭발한다

by 아나조


학원강사인 친구 A는 오늘 있었던 일이라며 입을 열었다. 한 학부모에게서 자녀의 수업에 대해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학부모와 통화를 한 부원장이 자신을 불렀고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수업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수업 중 한 학생에게 공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는데, 그 학생이 공부는 잘하고 있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앞뒤를 생략한 채 답을 해 본의 아니게 오해를 한(?) 학부모가 곧장 학원으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친구 A는 그런 일은 전에도 왕왕 있었던 터라 화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A의 화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고 한다. 학부모와 통화를 한 부원장의 말을 듣고, 작은 오해로 생긴 감정의 요동이 순간 낯설었다는 것이다. '오해다.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전달이 잘 안 되었던 것 같다.'라고만 말하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일순간 감정의 요동이 점차 커지더니 주체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점점 폭발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이 너무 당혹스러워 부원장과의 대화는 유야무야로 얼버무리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폭발하는 감정이 누그러지길 기다리는데, 그때의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를 알고 지낸 지 6~7년쯤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본 A는 말수가 적은 편이고 묻기 전에 먼저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또, A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A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좋아도 싫어도 일관된 표정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A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물었다.


"어린 A도 감정을 잘 표현 안 했어?"


"표현을 안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


A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가족들 간에 대화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무뚝뚝하고 무서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약점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채 자랐고, 자신의 이런 생각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A만 그럴까. 우리는 각자 다른 부분에서 자신의 약점을 숨기며 살아오는 게 익숙했다. 누구는 신체적 약점, 누구는 마음의 약점. 나도 어렸을 때는 뚱뚱한 내 모습을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약점은 숨기면 숨기려 할수록 결국 도드라져 보이는 것만 같다.


특히 A와 마찬가지로 감정 '표현'의 부재는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분출을 넘어 폭발하고야 만다. 이런 경우는 애석하게도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표현해봐야 폭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다독이고 어루만져 줄 수 있다.



어떤 것부터 하면 좋을까. '관찰을 해보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났던 감정들을 살펴보고 정리해 보는 것이다. 좋은 감정이든 안 좋은 감정이든. 나는 어떨 때 좋은 감정이 생기고, 어떤 상황에서 안 좋은 감정이 생기는지를 알아가 보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 상황을 복기하며 당시의 감정을 생각만 해도 좋고, 메모든 일기든 기록하고 적으며 정리하는 것이면 더 좋다.


관찰자의 입장으로 당시의 감정들을 담담하게 바라보자. 평가를 하려거나 자책하지 말자.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처럼 그저 한발 물러선 구경꾼이 되어 휩쓸리지 않고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하루 느꼈던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넘기자.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려고 하는 것이니까. 편한 마음으로 나와 대화하듯 하다 보면, 그런 노력이 쌓여 어느 순간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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