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와 저녁을 먹을 때의 일이다. A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 같이 있을 때면 순간순간의 정적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A가 뜸을 들이는 게 보였다.
"왜? 무슨 일인데?
"아냐. 쓸데없는 얘기 같아서"
"별 의미도 없는 거 같고..."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 들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A는 그 이야기가 나에게는 별 의미도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꼭 무슨 의미가 있어야만 좋은 얘기인가."
"그리고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 듣기 전에 어떻게 알아. 말해봐."
우리는 은연중에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필요한 말'이란 내가 아닌 내 말을 들을 상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말, 핵심이 있는 말,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말 등을 뜻하기도 한다.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공부나 해.'
'정신 사납게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마! 지금 이거 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어쩌면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를 이런 말들이 우리의 입을 더 닫히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게는 그 순간 그 얘기가 꼭 하고 싶은 얘기였을 수도 있을 텐데.) 또는 대화의 빈도가 적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말 자체를 안 하면서 자랐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하는 게 어색해진다. 그리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A의 그 '쓸데없는 얘기'는 A에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에게도 A를 더 알게 된 고마운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기 전까지 모른다. 그리고 거창하고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 또 그런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삶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대화도 자주 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말과 나쁜 말, 상황에 맞는 말과 맞지 않는 말을 구분할 수 있다. 나의 얘기를 하고 상대의 생각과 말을 들으며 다시 생각해보는 일련의 과정이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단,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꼭 분위기를 망치더라.'
'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 약점 잡히는 거예요.'
보통 '쓸데없는 말'이라고 하면 나오는 말들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되는 말과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자.
C: "생일 축하해."
D: "고마워. 오늘 정말 기분 좋다."
C: "자~ 선물!"
D: "우와! 근데 네가 받은 거 다시 주는 거 아니지?"
D는 농담이라고 한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들은 C는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리고 C에게 D는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분위기 망치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렇게 농담을 가장해 맥을 끊거나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말들을 우리는 흔히 '쓸데없는 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말들은 분명 좋지 못하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는 '쓸데없는 얘기'는 이런 맥커터가 아니니 부디 오해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