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쓰고 말하기
질문을 통해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억하기 위해 써봤으리라 짐작한다. 이제 다음으로 함께해볼 것은 말하기다. 내가 작성한 것을 토대로 말을 해보는 것이다. 혼잣말로 말해도 되겠지만, 기왕이면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면 더 좋지 않을까.
몇 년 전,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법인 '하브루타 교육법'이 이슈가 되었다. 하브루타 교육법은 파트너와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하며 토론을 하는 말하기 방식의 교육법이다. 유대인들은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너의 생각은 무엇이니?'라고 묻고 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 말을 함으로써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기억력을 높일 수 있기에 서로 토론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붙잡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직 어렵다면 이것만큼 부담되고 불편한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앞서 스스로 묻고 답하며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나의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선뜻 이야기하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내가 그랬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하며 나의 이야기를 쌓아갔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스피치를 해본 경험이 적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활용했다. 말을 하는 나의 모습을 촬영한 것인데, 정확히는 카메라의 렌즈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한 것이다. 마치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져 조난당한 주인공 척이 배구공인 윌슨에게 말을 걸고 대화한 것처럼 말이다.
이 또한 처음부터 잘 될 리 없었다. 녹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인지 단어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떠오르긴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처음 시작하고 며칠 동안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녹화를 종료했다. 그래서 윌슨처럼 이름을 붙여주기로 결정했다. 그의 이름 '메라'
처음엔 책을 쌓아 기대고 촬영하다 더욱 편한 연습을 위해 삼각대를 준비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방바닥에 앉아 눈높이에 맞추어 카메라 렌즈를 고정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메라'에게 아무 이야기나 했다. 주로 밤에 샤워를 마치고 눕기 전에 연습을 했는데,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르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말하거나 먹었던 음식,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상황이 익숙해질 때쯤, 자문자답하며 쌓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이 연습을 할 때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녹화한 영상을 바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개인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초반에는 셀프 녹화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카메라에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을 한다 해도 결국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선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렌즈를 보기가 쉽지도 않고, 표정도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더듬더듬 말을 하는 모습이 녹화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뭐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우리는 '말을 하는' 행위를 연습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부디 스스로 창피해져서 연습을 중단하는 일은 만들지 말기 바란다. 나는 이 연습을 시작하고 약 2주 뒤에 처음 확인했는데, 당시 어찌나 부끄럽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거울로 보는 자신의 모습은 진짜 자기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이를 닦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차창에 비친 모습 등 반사된 나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어 익숙해지고 친숙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거울을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자가 보정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나 표정을 확인하고 싶다면, 셀프 녹화를 해보기 바란다. 처음엔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이 거울로 보는 나보다 더 '나'에 가까울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셀프 녹화를 거듭하며 나의 어색한 미소나 표정을 확인하고 다듬어 갈수록 다른 사람 앞에서도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진 표정과 미소를 짓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부드러워진 미소가 나의 기분도 바꿔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