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라비언 법칙의 숨겨진 진실
지금 할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고 듣기 거북한 이야기일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쓴 글들을 '써야겠다'라고 처음 생각하게 된 계기일지도 모를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피치에 대한 말을 듣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메라비언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는 틀렸다. 상대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있어서 시각적 요소가 55%, 청각적 요소가 38%를 차지하고, 말의 내용은 불과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내용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러니 적절한 제스처를 연습하고, 목소리를 고쳐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인다.('방법'에만 치중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외모, 표정, 매무새, 제스처 등의 시각적 요소나 중저음이거나 맑은 목소리, 또렷한 발음 등의 청각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활용해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중요성'은 빠진 채, 정형화된 제스처를 연습시키고 개성 없고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연습만 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소개팅이라고 생각한다.
소개팅에 나갔다.
처음 마주한 그 사람은 실물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내 스타일이었다. '오예! 1차 통과'
목소리는 또 어찌나 매력적인지 인사를 주고받고 몇 마디를 나누는 동안 귀까지 황홀하다.
'드디어 나도!? 2차 통과'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무언가 이상하다. 나와 생각이 다른 건 이해하겠지만, 순간순간 남을 비하하는듯하거나 저속한 단어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게 아닌가.
'외모도 괜찮고, 목소리도 좋은데... 어떡해야 하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너무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의 입에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말들이 계속 나온다면, 그런 사람을 계속 좋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메라비언의 법칙>에 대해 서두와 같이 말한 것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1. 제한된 음성과 사진으로 이루어졌다.
실험은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녹음된 몇 단어(사랑해, 자기야, 어쩌면, 끔찍한, 하지 마세요)를 들려주거나 얼굴 표정 등의 사진을 보며 진행되었기 때문에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2. 실험실과 실생활은 다르다.
녹음된 단어를 듣고 얼굴 표정의 사진을 보며 감정을 유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는 한 단어나 한 가지의 표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요소와 맥락이 합쳐져 의사 전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3. 남용의 주류에 빠졌다.
확대 해석된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유명하거나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파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맞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게다가 숫자는 매혹적이다. 숫자는 이해를 돕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시각 55%, 청각 38%, 내용 7%'라는 텍스트가 확대 해석되기 쉬었고, '비언어 93% : 언어 7%'로 놓고 비교하듯 하니 그들이 하는 말이 맞다고 믿기 쉬었을 것이다.
훈훈한 외모와 타고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동생과 대화를 나눌 때였다.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가
이성에게 어필이 되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필은 되는데, 이후론 목소리가 크게 작용을 하진 않는 것 같더라고요. 목소리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무리 좋은 목소리여도 계속 듣다 보면 적응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좋은 걸 못 느낀다는 말을 덧붙였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방송인 노홍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산만한 몸놀림과 찌를듯한 고음 그리고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른 말 속도에 많은 사람들이 당혹감을 내비쳤다.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정신 사납다', '시끄럽다', '못 알아듣겠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실천력과 긍정적인 자신감이 보일수록 사람들은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의 현란한 제스처와 독특한 목소리는 '노홍철'을 대표하는 개성이 되었다.
우리 주변에도 화려한 제스처를 사용하지도 않고 목소리가 작음에도 상대를 집중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의 말에 담긴 메시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알맹이가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매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목소리만 좋아지면 된다는 맹신은 내려놓고, 잘못된 상술에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
목소리는 '고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