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조 Nov 01. 2022

'만수'라는 행운을 만나

세렌디피티 in 거제 #3-1

<청년, 거제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다> 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오늘이다. 이름하여 [만수르 투어] 엄청 럭셔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지만, 총괄 디렉터(이하 총디)의 이름 '만수'에서 따온 투어명이다. 거제 출신의 총디가 거제의 명소를 소개하는 투어이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숙소를 나와 출발했다. 추후 합류하기로 한 2명의 멤버까지 총 11명. 오늘로써 이번 기수가 드디어 완전체가 되었다. 멤버가 충원된 만큼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마구마구 생길 것이라는 설렘이 든다. 게다가 오늘 투어에는 특별한 한 분이 또 함께 하게 되었다. 스텝 겸 멤버로 참여한 친구의 어머님께서 동행하셨다.


photo by @like__san


얼마 전, 청계천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할 때 데이트 중인 모녀를 만난 적이 있다. 모녀 데이트의 비결을 묻는 나의 질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잘 맞춰준다'라고 대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모녀 두 사람이 참 예쁘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자녀라 해도 성인이 되면 함께 시간을 맞추고 나들이를 나간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이번 투어에 멤버의 어머님께서 함께 할 것이라는 말이 새삼 신기하면서도 모녀 데이트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내심 반가웠다.


photo by @like__san


SNS에서 거제 여행의 명소 하면 나오는 장소 중 하나가 매미성이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설계도도 없이 오랜 시간 홀로 쌓아 올린 벽이다. 실제 귀농을 준비하는 '산'이라 불리는 멤버는 이 매미성을 보며 '이 정도의 노력과 품을 들일 마음이 있어야 농부일까 싶다. 경작지뿐 아니라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담겨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성을 쌓게 된 이유는 경작지를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거제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음에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니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백순삼 씨에게 이것저것 묻고 싶지만, 미디어에 소개된 백순삼 씨의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photo by @like__san


어머님을 포함한 12명의 멤버들은 서로의 예쁜 모습을 더 예쁘게 담아주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다리를 더 뻗어보고 고개를 이리 돌려보라며 더욱 예쁜 모습과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해주기 위한 주문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분명 이틀 전에 만난 사이였다. 하지만 첫날 첫 순간의 어색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나아가 사진 앞에서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어머님도 함께였다.


photo by @like__san
photo by @like__san
photo by @like__san


나의 핸드폰 사진첩에 새로운 인물이 저장되는 게 얼마만인가. 나의 핸드폰 렌즈 앞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고, 당신들의 핸드폰에 나의 모습을 담아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하나라도 더 예쁘고 멋진 모습을 담아주고자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금강산도 식후경. 열심히 구경한 자, 맛있게 먹어라. 오늘의 점심 메뉴는 장어로 만든 추어탕이었다. 메인 요리인 장어추어탕은 곱게 갈린 장어와 담백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잘 어우러져 식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평소 추어탕을 즐기지 않는다는 멤버도 맛있게 먹었을 정도니 이것보다 확실한 평가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실파김치, 오이소박이, 어묵볶음, 달걀말이 등 밑반찬 또한 메인 요리인 장어탕의 맛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 담백한 음식을 즐기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맛있고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소화를 시킬 차례다. 우리는 옥화마을로 향했다. TV 프로그램에 나와 더 유명해진 이곳에는 SNS에서 유명한 사진 명소 이외에도 남파랑길이 있었다. 남파랑길은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 둘레길의 남해안 구간으로,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연결된 총 90개 구간의 147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란 뜻으로 우리는 그중 거제 20코스를 걸었다.



둘레길을 걸으며 서로의 예쁜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주었고, 각자의 속도대로 걷다가도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멤버랑 함께 걸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저 멤버와도 걷고. 같은 주제여도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바뀔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함께하는 멤버가 많다는 것의 장점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photo by @like__san


총디가 다시 등장했다. 정말 맛있는 톳 김밥이 있다며, 본인이 사 올 테니 학동해수욕장에 앉아 간식으로 먹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톳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대됐다. 어떤 맛일지 예상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내가 예상한 맛과 식감 일지 혹은 그보다 맛있을지, 예상한 식감을 그대로 느꼈을 때의 그 만족감은 또 얼마나 기쁠지 등을 상상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총디의 깜짝 제안이 다시 한번 이어졌다. 남과 여 한 명씩 짝을 지어 흑진주를 닮은 몽돌 해변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먹자는 것이다. 총디의 깜짝 제안에 우리 사이에 흐르던 공기의 흐름은 한순간에 풋풋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그것처럼 바뀌었다. 남자 6, 어머님을 포함해 여자 6. 선택은 남자가 하기로 했다. 6명의 남자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고, 나의 순서는 2번이었다.


1번부터 6번까지. 순서는 정해졌다.

'나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

'이게 뭐라고 떨리는 걸까'

연애 프로그램의 일반인 출연자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행운을 잡고 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