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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ach Anna 안나 코치 May 06. 2016

초보운전 홍보 담당자의 길 위에서 배운 인생

운전을 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문득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난번에 기자분들과의 미팅을 어떻게 잡아야 하고, 어떻게 미팅을 진행하는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기자분들과 미팅은 보통 어디서 할까요?


답은 ‘기자분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 기자분들은 취재 때문에 대부분 강남역, 선릉, 여의도, 광화문, 충무로 등 다양한 곳에  위치해있는데요. 보통 미팅을 위해 기자분들을 찾아갈 때 저는 운전을 해서 갑니다.


회사가 서울에 있을 때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단국대 죽전 캠퍼스에 안에 있다 보니 운전을 배워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다니자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10년간 장롱 면허여서 운전면허 시험 볼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운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에 20시간 운전 연수를 받은 후 무작정 혼자 차를 끌고 서울을 돌아다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차를 끌고 서울로 가는 날 저는 지옥을 맛보았습니다. 어떤 기자분과 강남역 교보타워에서 12시에 뵙기로 해서 제가 무려 10시, 즉 2시간 전에 출발을 했는데 30분이나 늦고 말았던 것이죠. 내비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차선 변경도 제때 못했으며... 마지막 주차는 어찌나 어려운지요. ㅜㅠ


다행히 도착하기 전 전화로 양해를 구했고, 기자분께서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20~30분  미리 도착하더라도 일찍 출발해 절대! 늦지 않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습니다.)


또 그날 처음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판교 IC에서 나왔는데 어쩌다가 유턴해서 다시 판교 IC로 들어가는 바람에 다시 고속도로 타고 중간에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요. 서울에서 용인까지 3시간 걸렸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아무튼 운전을 하면서, 고생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커리어에서의 차선 변경은 과감하게


정말 운전 초기 때는 차선 변경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길을 돌고 돌아 서울-용인 왕복 5시간은 기본이었지요. 가까운 지방을 다녀와도 이것보단 짧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운전 초반에 차선 변경을 하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옆 차선 뒤차와의 거리도 충분한데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회전, 좌회전할 때는 차선을 제대로 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경우 그냥 무조건 직진한 적도 많았습니다. 정말 이러다간 옛날 어느 시트콤에서 나온 장면처럼 차선 변경을 못해서 부산까지 가는 게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전을 잘하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이차선 저차선 잘 왔다 갔다 하시고, 과감히 차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그런 차선 변경 차들을 위해 양보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우리 인생에서도 내가 타야 할 차선으로 가기 위해 변경을 못하면 길을 돌아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커리어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 때, 그 순간을 놓쳐버리면, 좌회전을 해야 하는 우리는 직진을 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직진한다고 해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한 시간보다는 더 걸리거나 가면서 지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에서도 미리 경로를 파악해서, 어느 차선으로 바꿔 가야 할지도 중요하지만, 미리 보지 못했다면 과감히 들이밀어 변화를 꾀할 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외국계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주변 분들이 이름 없는 회사에 간다고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저 딴에는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의 가능성을 보고 risk taking을 하면서 이직했는데 현재 만족스럽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운전은 내비가 정해준 경로로, 인생은 내가 생각한 경로로


초보운 전일 때는 내비를 잘 못 봅니다. 앞뒤 좌우 내비까지 볼 여유 저언~혀 없는 것지요.


그래서 내비가 여기가 맞다고 해도, 이길로 가라고 해도 저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경우에 500m 앞 우회전이라고 할 때 저는 그 거리가 가늠이 안돼서 그 전에 우회전을 해서 낭패를 본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럼 내비가 말해줍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우리도 살면서 마치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표준 규격처럼 대략 정해진 루트로 가면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그런 '인생 내비게이션'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인생은 꼭 내비가 알려준 대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내비가 알려준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 길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 경우 경로를 이탈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로도 이탈하면 물론 더 많은 실수와 실패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더 삶이 더 풍부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내비를 보다 보면 내비도 실수 많이 합니다. 인생에서의 내비와 같은 조언들이 다 맞는 것 같아 보여도 아닐 때도 많습니다.


저는 운전할 때 경로를 이탈했을 때, 초반에는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다니다 보니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다른 경로가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정해진 경로 이탈을 해도 내비가 다시 다른 길을 알려주듯, 우리도 인생의 목표, 꿈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해보고, 그게 내비가 말하는 길이 아니더라도 확신을 가지고 액셀을 밟아 나가면 사회적으로 더 성공한 삶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성공한 삶은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내 인생에서 내가 결정하고 내가 스스로 운전한 인생이니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이제 차선 변경도 잘하고, 내비도 잘 본답니다. 하하;;;;



해도 해도 어려운 인생 아니;; 주차


초보 운전에게 가장 어려운 궁극의 그것을 뽑자면 바로 ‘주차’입니다.


저는 운전 초기일 때, 도저히 제가 주차할 자신이 없어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주차를 부탁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스스로 주차할 때는 넉넉히 15분을 잡고 주차를 했고 지금은 한 5분? 정도 주어지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 자리가 있어서 그곳에 대려고 하다가도 앞이나 뒤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으면 양보합니다. 사실 포기하는 것이죠. 그럴 땐 뒤에서 기다리는 차들이 신경 쓰여서 마음의 평화가 사라져서 절대 주차를 할 수가 없거든요.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거잖아요.;;;


어느 날 주차장을 보는데, 이상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마치 회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각 주차된 차들이 우리의 각각 회사에서의 자리라는 생각 말입니다.


주차 되어 있던 곳에서 차를 빼는 것이, 우리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 이전 회사에서 자리를 빼는 것처럼 보였고 또 누군가 다시 주차함으로써 다시 그 역할이 메꿔지는 거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또 우리가 원하지 않을 때 ‘차 빼 주세요’ 할 때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누구도 그 자리에 24시간 있지 않습니다. 보통 오전에 대고 저녁에 빼거나, 저녁에 대고 오전에 뺍니다. 이처럼 우리의 커리어도 그 자리에서 차를 빼면 다른 곳에 주차할 곳을 찾아 열심히 운전을 하는 게 아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내가 원하는 곳에 주차하기 위해서, 그리고 남이 원할 때가 아닌 내가 원할 때 차를 빼기 위해서 ^^ 열심히 자신을 계발하고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주차할 때 들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문득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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