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스쿨 서울 학기를 지난 3년 넘게 운영하며 가장 자주, 그리고 처음 듣는 질문은
"미네르바는 왜 한국을 선택한 거예요?"
요즘도 그 질문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매번 느끼는 점은 상대의 표정과 말투에서 약간의 의아함과 순수한 궁금증이 섞여있다는 점이에요. 저 또한 같은 마음으로 미네르바스쿨 채용 과정에서 첫 번째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사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미네르바 서울 학기를 셋업 하기 위하여 당시 Chief Experience Officer 였던 로빈과 미네르바 설립자 벤과 함께 미팅을 자주 하던 2017년 여름, 한 파트너 미팅에서 “미네르바는 왜 서울에 오게 되었나요?”에 대한 벤의 첫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한국 사람들은 조금 더 자신들의 문화와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
약간 뜨끔 하셨죠? 적어도 저는 이 대답을 들었을 때 살짝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부터가 서울이 도시로 선정된 부분에 대해 조금은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속 한 편으로는 상하이도 있고, 도쿄도 있는데, 어떻게 서울이..?
먼저 미네르바스쿨에 대해 아직 전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30초 소개를 하자면 (이미 전문가이신 분들은 이 문단을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4년 대학 생활 동안 선정된 7개 주요 도시 (샌프란시스코,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문화, 인종, 분야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혜 (Nurturing Critical Wisdom for the Sake of the World)”를 배우는 교육이에요. 전 세계를 교실로, 각 도시에서 만나는 뛰어난 전문가들을 교수님으로 삼고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하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모델입니다.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해서는 2박 3일이고 더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미네르바가 어떻게, 왜 한국에 진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더 소개를 하고 싶으니 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겠습니다.
미네르바스쿨이 7개의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의외로 명확해요. 이것에 대해 풀어놓기 전에, 저희 팀 내에서 스태프끼리도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먼저 본인이 미네르바스쿨의 설립자라면 어떤 도시들은 무슨 이유에서 선택하겠는가? 한 번 생각해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지혜롭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경험을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지? 미네르바 글로벌 로테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복합적이고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접근을 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세계지리적 혹은 경제적인 중요 요점 도시로 선정하고 싶은 도시가 머릿속에 그려지나요?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1분 동안 생각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질문을 던지면서 약간의 힌트를 드린 것 같네요. 7개의 도시가 최종 선정이 될 때까지 아주 정교하고 심오한 의견이 오고 갔다고 전해 들었는데요, 여기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었던 부분은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안정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도시 자체가 범죄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고 정치적으로 기준보다 높은 안정성이 보장된 곳들이 먼저 후보로 확정. 그 이후에 역사, 경제, 정치적으로 활발한 중추 역할을 하는 곳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이는 학생들이 각 도시에서 직접 어떠한 이벤트를 겪고 각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관점을 습득하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더 쉽게 설명하면, 한국의 오랜 복합적인 역사의 흐름, 분단국가의 영향, 눈에 띄는 경제적 성장, 새로운 산업 (K-pop, E-sports, 스타트업 등) 발달 등 다른 동아시아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주목할 만한 점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로 계속해서 후보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비교 분석했던 부분은 학생들의 삶의 질을 금전적, 시간적으로 얼마나 보장을 해줄 수 있는가였는데, 예를 들어 원활한 주택 (기숙사) 공급이나 대중교통 시스템 등 기본적 생활이 어렵다면 아무리 도시가 안전하고 생기 넘치는 곳이라고 해도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겠죠. 젊은 외국인 학생들의 주체적인 활동에 큰 제약이 없을 수 있도록 비교적 안정된 물가가 보장되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곳 위주로 검토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학생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적으로 다니며 대학 생활이 가능한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자체 개발된 교육 플랫폼 (Forum)을 통해서 전 세계 유수 교수님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점인데요, 아직까지는 이게 가능하기 위해선 인터넷 속도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여기서 빠질 수 없겠죠.
위에 간단히 설명드린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더욱더 섬세한 경험을 하기 위해, 도시 간 상호 작용을 한층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한국과 인도가 샌프란시스코 이후 처음으로 겪는 아시아 도시로 선정된 이유도 따로 있다는 부분에 주목을 해주세요. 먼저 가장 진보적이고 변화가 빠른 샌프란시스코 이후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동양권 나라로 가는 것에 대한 부분은 이견이 없었죠. 그중에서도, 과거 한국은 일본,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북한의 관계 또한 인도-파키스탄의 관계는 아직까지 두 나라가 외교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동안 두 나라가 어떠한 노력과 시도를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책으로만 배우지 않고 직접 겪어볼 수 있도록 두 도시를 설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저의 개인적인 관심사이자, 학생들에게 자주 강조했던 것은 바로 서울-베를린의 정치/외교/문화적 발전을 유심히 관찰하고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첫 글을 남기며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이 뛰어난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이뤘으며, 이는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지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미네르바 학생들이 경험하기에 충분한 이유를 갖췄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우리가 채워야 하는 부족한 부분들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과 제가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할지 함께 고민하고 노력을 쏟을 수 있으면 더욱 의미 있고 멋진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