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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Jul 02. 2019

골드코스트 렌트 구하기

집주인님. 우리를 좀 뽑아주세요.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사소한 것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아이폰 5S에 락이 걸려 있어 호주 통신사의 유심칩이 인식되지 않았다.

통신사에 연락해보니 기기의 문제라 하여 애플코리아에 메일로 언락 요청을 하고 나서야

호주 휴대폰 번호를 생성할 수 있었는데 결국 휴대폰 없이 산 기간이 일주일을 넘겼다.

(요즘 나오는 아이폰은 자동적으로 언락 상태입니다.)

낯선 곳에 와서 휴대폰과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건 고립을 의미했다.


계좌를 오픈하려고 구글맵을 보고 보고 또 보고 난 후에 용기를 내어 은행에 갔지만

사전에 미팅 약속을 잡지 않아 직원과 만날 수 없었고

이틀 뒤에 약속된 시간에 다시 가서야 호주 계좌를 열고 현금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때에도 휴대폰 번호가 없어서 모바일 뱅킹을 바로 신청할 수 없었고 추후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했던 숙제.

어서 빨리 우리가 살 집을 직접 렌트해야 했다. 낯선 이들과 북적이며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도시가 아닌 곳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었다.

골드코스트는 시티 중심을 제외하면 오후 5시 이후에 문을 연 상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들어가면 도로에 사람이 많이 없고 어둡다. 처음부터 현지인들이 사는 곳에 가면 답답하고 위험할듯하여 남편은 내가 골드코스트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거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한인들이 밀집해있는 사우스 포트는 남편이 거주하기를 원치 않았다.- 골드코스트 지도를 구글맵에 띄워놓고는 '자, 여기에서 여기까지 사이에 있는 집들 중에 부인이 원하는 집으로 찾아요.'라고 숙제를 주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https://www.realestate.com.au) 우리가 원하는 컨디션에 맞는 집을 검색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관광지였기 때문에 렌트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fully furnished' 된 서비스드 아파트먼트(한국으로 치면 콘도) 형태의 집이 매우 많은데, 워킹홀리데이 비자이고 언제 한국에 돌아가게 될지 모르기에 우리는 가구가 갖춰진 집 위주로 찾기로 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내 작은 리조트에 2 베드룸 2 바스룸 유닛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방 하나를 사용하고 남는 방에 같이 살 친구를 찾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가구도 배치되어 있었고 테라스는 리버뷰였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또 보고 고민하다 인스펙션을 원한다는 메일을 부동산에 보냈다. 부동산 매니저와 시간 약속을 잡은 날 만나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집을 꼭 계약하고 싶었다.


부동산 매니저는 렌트를 원할 시 제출해야 하는 신청서 양식을 주고 갔다. 한국은 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 찾아가 원하는 조건의 집을 찾아 집주인과 계약하는 형태인데 호주는 달랐다. 우선 렌트를 원하면 신청서를 작성하여 부동산에 제출하면 부동산 매니저는 해당인의 소득(렌트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 렌트 히스토리(예전 집에서 생활했던게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 신분 확인 등의 필터링 절차를 거친 후 집주인이 신청자들 중에 세입자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소득도 없고 렌트를 했던 내역도 없어 남편의 이름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다행히 그는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주기적인 소득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오기 전 6개월간 다른 집을 렌트한 기록도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 우선 신분에 대한 확인 작업이 선행된다. 신분 확인을 통해 100포인트가 넘어야 신청서 작성이 가능한데 그에 필요한 주요 서류들은 다음과 같다.


- 여권

- 호주 운전면허증

- 은행 거래 내역서

- 최근 급여내역서

- 수익 증명 내역서

- 최근 렌트 영수증

- 자동차 등록서류

- 기존 렌트 집주인의 레퍼런스

- 기존 렌트 부동산의 레퍼런스

- 전기세, 인터넷 등 utility 납부증 등등


거래하는 부동산이나 집주인에 따라 각기 다른 신청서를 사용하지만 작성하는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의 신분과 소득이 확인되어야 렌트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요구하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스캔, 첨부하여 6개월 간의 렌트 신청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우리는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고 의사를 밝혔고(최대한 빨리 입주하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며칠 뒤 부동산에 계약서를 작성하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계약 시에 4주 치의 본드 비를 선납 -입주기간이 종료될 시에 집 컨디션에 문제가 없으면 돌려받습니다. 집안 내부 훼손 우려에 의한 디파짓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영수증을 가지고 집주인 없이 부동산과 계약을 했다. 키를 받아 나왔고 우리는 그 날 바로 이사를 시작했다.




+ 소득이 없거나 렌트 히스토리가 없는 경우 6개월, 1년 등 계약기간 동안의 렌트비를 선납하는 조건으로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 호주는 전세가 없고, 렌트와 자가 소유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합니다. 렌트는 주 단위로 금액이 결정됩니다. 골드코스트의 경우 평균 한 주당 렌트비는 $400불 선이며, 한국의 월세로 치면 150만 원 정도에 해당합니다. 임금이 높은 만큼 생활물가 특히 거주비에 대한 부담이 매우 높습니다.


+ 한국의 경우 계약 시에만 부동산이 중개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주인과 직접 계약을 하는 형태이지만, 호주는 그런 경우가 있긴 있으나 드뭅니다. 광고, 계약, 렌트 납입, 주기적인 집 검사, 재계약 등 렌트의 관한 모든 일을 부동산에서 담당하며, 렌트는 우선적으로 부동산에 납부된 후 그들이 일부의 관리 수수료를 떼고 나서 집주인에게 전달되는 형식입니다. 보통 일 년에 세, 네 번 부동산 매니저가 집 안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routine inspection을 진행 후 집 주인에게 집 컨디션을 보고합니다.(집 검사를 온다는 말입니다.)


+ 신청서 상에 몇 명이 거주할지 기입해야 하며 보통 암묵적으로 1방당 최대 2명이 거주하는 것을 관례로 여깁니다. 애완동물의 허용여부를 꼭 체크해야하며, 승인되지 않은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습니다.


+ 부동산에서 준 집 키는 임의로 복사할 수 없으며 이는 불법에 해당합니다.


+ 불만이 있어도 부동산과 적절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이 마음이 들지 않아 다른 집을 구하더라도 그 집에 들어가기 전, 부동산 매니저가 현 부동산을 통한 레퍼런스 체크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문제를 일으켜서 계약이 파기되고 퇴거 노티스를 받는 경우 다음집을 구하기 어려우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증빙으로 남길 수 있는 이메일을 권장합니다.




골드코스트와 신혼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비기너인 나에게 남겨진 고난도의 숙제들이 많았다.


인터넷 연결, 전기회사 연결, share mate 찾기 등등


이 모든게 내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하고 2주 안에 이루어졌다.

우여 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다 해냈다.

씩씩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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