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요.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대체적으로 모든 종류의 식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다육식물이 제일입니다.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한 건
몇 년 전 남편과 공구를 사러 툴 전문점에 갔다가
가든 코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잎 몇 장을 주워온 이후부터 입니다.
공원에서 채취해온 한 줌의 흙에 살포시 얹어주니
몇 주가 지나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물조차 주지 않고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함께인 곳에 놓아준 게 전부였습니다.
그랬던 녀석들은 이제 테라스를 가득 채우더니
자꾸 좁다며 이사가자고 성화를 부리는 듯합니다.
잘 자라준 녀석들은 이제 나의 소중한 벗들입니다.
다육을 바라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녀석들은 햇볕과 바람이 있으면 어디든
중심을 잡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모두 각기 개성이 다르고
꽃처럼 화려하게 피고 난 후 초라하게 져버리지도 않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한 겨울, 혹독함 속에서
그들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쉽게 무르고 부러지는 녀석들은
그 자체가 씨앗이고, 꽃이며, 잎이고, 열매이기에
상처 받은 부러진 곳부터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본능에 충실한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낯선 타지에 처음 와 살던 나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나도 너희처럼 강인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햇볕과 바람만으로,
뿌리내리고 자리 잡으며 살아가는,
녀석들처럼,
상처 받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말이지요.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가 친구사이여서 인지
나는 예전에 비해 녀석들과 조금씩 비슷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필요한 것도 많고,
상처 받는 것도 두렵지만,
그래도 이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나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