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따순 밥에 보글보글 국을 끓이고 칠첩 반상을 준비해놔도 집안 정리와 반들반들 청소를 해놔도 알바가서 일하고 돈을 열심히 모아도 알아서 척척 은행업무를 보고 땅계약을 하고 돌아와도
7년동안 들어본 적 없던 말을 요즘 매일 듣는다.
“부인,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새벽 기상, 주 6일 노동자는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다음 날 현장을 스케줄링하고 공지한다. 거기에 요즘은 주 2회 야간 학교 수업 플러스 숙제까지 의무가 더해졌다.
자기만의 시간이 소중한 그에게
목요일 퇴근 후(쇼핑데이라 샵들이 늦게까지 오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들어오라고 한 이후부터다.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을꺼면서
지난주는 햄버거 사먹었고, 이번주는 락사 사먹을꺼라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걸까.
너무 신나하고 좋아해서 눈꼽만큼 서운하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좋다니까 잘했다 싶다가도,
내가 원하는거 100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원하는거 10 주는게 정답이지,
그래 그렇지 싶다.
마침 오늘 또 목요일이라 출근길 그에게
“오늘 목요일이네? 좋은 시간 보내고 와. 그래도 너무 늦지는 마.”라고 하니
“응 부인 사랑해.” 하고 총총 일터로 떠났다.
좋은 부인이 되는 것보다
멋진 사람이 되는게
건강한 관계 유지에 더 유리한 방법 같다.
+ 덕분에 나도 오늘 저녁은 주방 휴업
우리 모두 즐거운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