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교환대 1
꿈을 꿨다.
꿈에서 그녀는 빌딩을 폭파시켜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범죄자였다.
생존자 수색과 유가족을 위한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죄의식을 느꼈다. 범인은 난데. 나는 내가 범인인 걸 알고 있는데. 머잖아 그녀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눈을 떴지만 그녀는 여전히 절망감 속에 있었다.
땀에 젖어 녹아내릴 것 같은 몸을 느끼며 시계를 봤다. 새벽 5시.
다시 잠들기엔 너무 말똥말똥하고, 그렇다고 일어나기엔 이른 시간이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잠 속으로 자신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지금 일어나 괜히 집을 어슬렁거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 자 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난 2년은 그녀의 삶에서 공백과 같았다.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것 같기도, 기억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마치 그녀의 삶에서 오려내진 것처럼 존재감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의 느낌만은 생생하게 남아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가 오늘 꾼 꿈처럼, 전혀 다른 상황이 그녀 앞에 펼쳐질 때도 그때의 감정만은 또렷이 재생됐다.
이미지는 실제 모습과 다를 수 있다.
감각을 통해 우리 안에 들어온 실체는 우리의 뇌를 거치며 왜곡되기도 비약되기도 한다. 형광등 불빛 같다고 느낀 맹견의 눈동자가 실은 갈색이었다든지, 시트러스 향이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항수냄새가 그녀와 절교하는 날에야 비로소 로즈 향이란 걸 알게 되는 것 같은.
실제 모습과 이미지가 만나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그녀의 감각 안에만 존재하는 무엇이 있다면 ⎯ 거기 엠마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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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지명,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